경기도금고 3파전에 금고지기 농협은행 노심초사...'출연금 경쟁' 우려
입력 2024.12.05 07:00
    4년전 '단독입찰' 경기도금고 이번엔 '3파전'
    농협은행, 25년간 수성한 금고 뺏길까 노심초사
    지역 네트워크에선 시중은행 앞서지만
    출연금 높이자는 경기도에 경쟁 재점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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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5년 동안 경기도금고를 지켜온 NH농협은행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연 40조원 규모의 경기도금고 입찰전에 뛰어들면서 '3파전' 경쟁이 됐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이제와 돈 되는 사업에만 뛰어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뤄진 경기도금고 입찰전에는 시중은행 다섯 곳이 참여했다. 입찰 결과는 이르면 오는 19일 발표될 예정이다. 32조3000억원 규모의 1금고에는 기존 금고지기인 농협은행 뿐만 아니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맞붙었다. 3조9000억원 규모의 2금고에는 기존 금고지기인 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이 도전해 각각 '3파전'을 펼치게 됐다.

      지난 2020년 경기도금고 입찰 당시 농협은행이 단독으로 1금고에 응찰한 것과 비교해 시중은행들의 금고 사수 경쟁이 격화한 모습이다. 지난 2020년도에는 농협은행이 단독으로 응찰하자 재입찰 공고까지 냈는데도 추가로 입찰서를 제시한 은행이 없어 농협은행이 수의계약을 진행해 금고지기를 맡았다.

      시중은행들은 최근들어 치열한 지자체 금고 사수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대손비용이 늘어나는 등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대규모 저원가성예금 확보 및 관련기관 영업망 확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지자체 금고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금고의 경우 한층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경기도금고 예산규모는 총 40조3000억원 규모로 48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아울러 내년도 입찰이 예정돼 있는 대구광역시 등을 제외하면 향후 지자체 금고 입찰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시중은행들이 경기도금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지난 1999년부터 경기도금고 1금고를 수성해 왔던 농협은행은 시중은행과의 쟁탈전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출연금을 제시하면서 운영권 쟁탈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8년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 입찰 경쟁에서 3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베팅해 우리은행을 제치고 1금고 운영권을 따냈다.

      금고 운영 권한이 출연금 규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30일 공고에 따르면 경기도금고 운영기관 평가 항목 배점에서 출연금에 해당되는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실적'이 차지하는 배점은 5점에 그친다. 반면 '관내지점 수 및 지역주민이용 편리성' 등 지역 네트워크에 해당되는 배점은 7점으로 이보다 높다.

      농협은행은 지역 네트워크에서는 시중은행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금고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지역 네트워크나 경영지표 등에서 비교적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했다. 이때문에 협력사업비나 예금금리 등 조건이 당락 변수가 될 수 있었다. 반면 이번 경기도금고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경기도에서 출연금 확대 및 예금금리 등의 조건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윤종영 경기도의원은 지난 9월 자료를 내고 "협력사업비는 도 현안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필수적인 재원"이라며 "수도권 내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낮은 규모인 만큼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회 한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에서 경기도금고에 대한 금리가 다른 곳보다 낮아 적정선까지 올려야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응찰하는 쪽에서도 이를 반영해 과거보다 협력사업비나 금리 등을 높여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지난 25년 동안 경기도금고를 맡아 왔던 농협은행은 시중은행의 공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지역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40조원에 달하는 경기도금고를 수성해 왔지만, 기관영업 강화에 시동을 거는 시중은행들이 출연금을 앞세워 운영권 쟁탈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농협은행 대비 뒤처지는 지역 네트워크를 주요 경영지표나 운영 시스템 등으로 앞서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금고 입찰에 참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에 비해 네트워크가 부족할 수는 있지만 우수한 역량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경기도금고 운영에 도전했다"라고 밝혔다.

      이러자 금융권 일각에선 시중은행들이 규모가 작은 금고는 외면하고 대형 시도금고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고 사업'이 각광받기 전까지 주로 지역 금고 사업을 도맡아왔던 농협은행 안팎의 불만이 커졌다는 평가다. 농협은행은 지자체 금고 운영이 경쟁입찰로 전환되기 전부터 공적 금융기관 성격을 바탕으로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다수 지자체 금고 운영을 맡아 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국 군금고의 경우 일반회계 기준으로 농협은행이 사실상 100% 운영하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이 기관영업에 힘을 주면서 각종 지자체 금고 선정 입찰에 뛰어들어 왔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군금고 등에는 응찰조차 하지 않는 등 돈 되는 사업을 빼앗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