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평온 찾았지만 대외 신인도는 타격
글로벌 PEF 한국 투자 장벽 높일 가능성
유동성 필요한 대기업 거래 차질 빚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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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비상계엄 사태가 수 시간 만에 종결되며 시장은 금세 안정을 찾았지만 그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 이번 사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인도가 적잖이 훼손됐고, 글로벌 자금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내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등 대규모 해외 자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형 거래들의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염 여파는 정부와 당국이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시사하면서 '해프닝' 정도로 사안이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투자 업계에선 이번 사안을 가볍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국가 분위기가 뒤숭숭할 때 몸을 사리는 양상을 보였다. '탄핵 정국'도 예고되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들이 보던 여러 거래들이 이번 사안을 거치며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크다.
국내외 자문사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글로벌 정세를 파악했는데 한국을 요주의 지역으로 분류했다. 대외적으로 국지적 갈등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정작 실제 문제는 나라 안에서 벌어졌다. 이미 한국 투자는 위험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들어오려던 한 외국계 투자사가 계엄 사태를 보고 불안감을 느끼면서 거래가 무산될 뻔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과 투자사, 자문사 등은 3~4일 사이 본사와 소통하느라 외신 특파원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국 내 인력들은 안전한지부터 계엄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한국 투자는 안전한지에 대해서 문의 메일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기에 계엄이 해제됐고, 한국의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진땀을 빼야 했다.
표면적인 충격파는 크지 않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는 크게 깎일 것으로 보인다. 군대가 무력을 활용해 국회를 점거하는 모습은 여느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나 볼 만한 일이다. 일본, 호주와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선진국이라던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가 크게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예측이 어려운 곳이란 인식이 생기면 해외 투자사는 더 보수적인 시각을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PEF들은 계엄 사태 전까지만 해도 풍부한 드라이파우더와 유리한 환율 조건 때문에 한국 시장 투자를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투심위의 장벽을 더 높일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우호적 여건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상징이 됐다.
내년 대기업들은 경기 부진 상황에서 각종 자산과 사업부를 팔아 유동성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 롯데렌탈 등이 매물로 나와 있고 그 외에도 잠재 매물들이 산적해 있다. 남의 비주력 사업을 사줄 기업은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대형 PEF의 손을 빌 수밖에 없다.
글로벌 PEF가 한국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 대기업 발 거래의 흥행은 불투명해지고 결국 거래 규모도 줄어들게 된다. 글로벌 PEF들은 지난 수년간 유의미한 수익률보다는 투자 수수료를 챙기는 데 집중하는 소극적인 투자 전략을 펴 왔다. 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대기업발 자산을 받아주는 것을 더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본사에서 후진국 군사 쿠데타와 같은 일이 어떻게 한국에서 벌어질 수 있느냐며 깜짝 놀란 분위기"라며 "한국의 대외 신인도 하락 위험이 심각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에 투자하기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