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계열사 CEO 평균 연령 57.4세→56세...본부장급도 발탁
카드ㆍ증권 공채 출신 CEO 선임...내부 로열티 의식한 포석
증권에 WM 전문가...IB 및 대형화 포기하고 리테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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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이 예년보다 2주가량 빠르게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의 핵심은 세대교체, 내부 발탁, 그리고 진옥동 회장의 조직장악력 강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마진 방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매크로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여기에 정치적 변수까지 추가되며 '지주와의 소통'이 원활한 인물들이 대거 선임됐다는 것이다. 비은행 부문의 '공채 발탁' 인사도 지속됐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5일 오전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임기 만료가 도래한 13개 계열사 대표이사 중 9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보통 12월 셋째주 중 결론을 냈던 것과 비교해 2주 가량 앞당긴 일정이다. 자경위는 올해 인사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숏리스트(적격후보자)를 선정하고, 평판 조회 및 심층 면접을 진행해왔다. 이날 자경위도 오전 7시경 일찌감치 열렸으며, 9시를 전후해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진옥동 회장과 스킨십이 있었던 인사들이 대거 약진했다는 점이다. 진옥동 회장의 은행장 시절 비서실장 출신으로 연임이 점쳐지던 정상혁 행장은 통상적인 1년이 아닌, 2년의 연임을 보장받았다. 2년+2년 형태로 총 4년간 임기를 보장받은 셈이다.
인사부 출신으로 은행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으며 그룹 내 '전략통'으로 통하는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신한라이프가 통합 후 업계 2위권 회사로 성장한 데 대해 상당히 고무돼 있다는 평가다. 진 회장 역시 사장단 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무자 시절 진옥동 회장과 오사카지점ㆍSBJ은행(일본법인)에서 동고동락한 인연으로 계열사 대표 및 임원 인사 때마다 주목받아왔던 전필환 은행 영업추진1그룹 부행장은 신한캐피탈 사장으로 낙점됐다. 올해엔 서울을 담당하는 영업추진1그룹을 맡아 부행장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저축은행 사장으로 내정된 채수웅 은행 본부장은 2018년부터 1년6개월가량 은행 홍보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진옥동 회장은 지주 인사 및 경영관리ㆍ브랜드전략 부문을 총괄하던 부사장이었다. 저축은행장에 이어 제주은행장으로 발탁된 이희수 대표는 2019~2020년 사이 영업그룹과 기관그룹을 관리하던 영업통으로, 진 회장이 은행장이던 시절 신뢰가 두터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임현우 신한리츠운용 대표 역시 주니어 시절 진 회장과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있다.
신한자산신탁의 이승수 대표 역시 1년의 임기를 추가로 보장받았다. 부실을 책임지고 처리하라는 신뢰감을 표시한 거란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진 회장이 지주 부사장으로 인사를 관할하던 2017년 지주 HR팀장으로 일했던 바 있다.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이번에 인사 대상이 된 13개 계열사 CEO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까지 57.4세였지만, 인사 후엔 56.0세로 낮아지게 된다.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후보, 채수웅 신한저축은행 사장 후보, 김정남 신한펀드파트너스 사장 후보, 임현우 신한리츠운용 사장 후보 등 부사장을 거치지 않은 본부장급 인사를 발탁한 것 역시 세대교체를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자회사 CEO 및 은행 인사폭을 최소화하며 쌓인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는 목적이 실려있다는 것이다.
비은행 부문에서 해당 회사에 헌신한 공채 직원을 CEO로 발탁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LG그룹으로 입사해 LG카드를 거쳐 신한카드로 합류한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전 문동권 대표 역시 LG카드 공채 출신이었다.
신한금융은 2위인 삼성카드와 점유율 격차가 줄어드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2년의 첫 임기를 소화한 문 대표에게 연임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은행맨을 내려보내는 대신 내부 출신에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새로운 인사를 발탁했다. 이전엔 카드 사장직이 은행장과 비슷한 위상을 가진 핵심 보직이었지만, 비교적 젊은 실무자 타입 대표를 잇따라 발탁하며 계열사간 내부 정리도 꾀하려는 모양새로 해석된다.
신한투자증권의 새로운 대표로 내정된 이선훈 현 자산관리부문 부사장 역시 같은 케이스다. 이 대표 내정자는 1999년 신한증권에 입사해 굿모닝신한증권 시절 '스타 프라이빗뱅커'로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명품PB센터강남을 담당하기도 했다. 자산관리 및 리테일 전문가로 통한다. 2002년 통합 신한증권 탄생 이후 첫번째 공채 출신 CEO다.
다만 증권 대표 인선의 경우 일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선훈 내정자는 2019년부터 1년간 강남영업본부장을 담당했다. 당시는 2017~2018년 집중적으로 판매된 독일헤리티지펀드 및 라임펀드의 후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100% 전액 배상 판결이 나온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플루토TF-1호의 경우 2018년1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신한금융투자에서도 425억원어치가 판매됐다.
라임사태의 직접적인 장본인은 아니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일정부분 관련이 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20년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발탁됐다가, 6개월만에 이영창 사장으로부터 다시 리테일그룹으로 보직이 변경된 것 역시 이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은 "이선훈 내정자와 라임펀드 판매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선훈 내정자가 SI증권(전 현대선물) 대표직을 거치며 경영 경력을 갖추긴 했지만, 100여명 규모의 SI증권과 2500명 규모의 종합증권사 대표직의 무게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 내정자는 리테일 영업을 총괄하며, 은행에서 파견온 정용욱 부사장(자산관리 대표) 및 정근수 부사장(GIB 대표)과 합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두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이 내정자보다 두 살 많고 신한그룹 입사연도도 5년 이상 빠르다. 그룹 매트릭스 조직을 바탕으로 일종의 '과두정' 체제가 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희문ㆍ정영채 등 거물급 스타 CEO 영입에 관심을 보이던 신한투자증권이 내부 공채 출신 리테일 전문가를 발탁한 것은 의외"라며 "신임 대표는 리테일 비즈니스에 집중하며 매트릭스 조직을 활용해 은행과 최대한 시너지를 내야할 것"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