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로이드 앵커 LP로 나선 한화생명…PEF와의 접점 확대 주목
입력 2024.12.09 07:00
    센트로이드에 1000억원 투자확약서(LOC) 발급
    직·간접 투자 이어가…美현지 증권사 인수도
    보험업 성장 한계…돌파구로 투자업계 접촉?
    당국 자본비율 압박에 연말까지 조달 열올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생명이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의 핵심 출자자(앵커 LP)로 나서며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에도 국내외 PEF에 출자해 왔지만, 최근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업계와 접촉을 늘려가는 분위기다. 한화생명은 이 외에도 먹거리를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재무건전성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5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국내 PEF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에 1000억원의 투자를 확약했다. 센트로이드는 최대 5000억원 조달을 목표로 첫 블라인드펀드를 조성 중이다. 해당 펀드의 최소 결성 목표는 2000억원, 총액한도(하드캡)는 6000억원으로 전해진다.

      센트로이드는 올해 산업은행, MG새마을금고,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이 진행한 출자 사업에서 연이어 낙방하며 고전했는데 한화생명을 앵커 LP로 확보하면서 펀드 결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한화생명은 2020년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아시아 바이아웃 펀드에 약 4700억원을 출자했고, 스틱인베스트먼트나 맥쿼리자산운용 등에도 자금을 댄 바 있다.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SBVA(구 소프트뱅크벤처스)와 같은 벤처캐피탈(VC)에도 출자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최고글로벌책임자)이 신사업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화생명의 간접 투자가 가속화됐다는 평가다. 보험사업은 인구절벽이 예상되면서 성장성 둔화, 수익성 약화, 건전성 악화의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5.6% 줄어든 232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다른 먹거리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최근 PEF들과 접촉을 더 늘려가고 있는데, 투자를 결정하는 데 GP와 얼마나 긴밀히 협조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라며 “보험 사업 자체의 확장은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PEF 등 자본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케이뱅크와 페이코에 이어 한국신용데이터 투자도 단행하는 등 핀테크 테마 투자도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국내 보험사 최초로 미국 현지 증권사(벨로시티, Velocity Clearing) 인수에 성공했다. 벨로시티는 IT 기반의 증권사로 한화생명이 현지에서 직접 금융상품을 발굴하고 판매할 교두보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한화생명이 글로벌 금융사 인수, 간접투자 등 적극적으로 돈을 쓰고 있는 만큼 재무건정성 방어가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회사의 3분기 지급여력비율은 164.5%로 지난해 말(183.8%)보다 19.3%포인트 낮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 웃돌지만 당국은 대형 보험사들에 대해 최소 175% 이상을 유지하라는 분위기다.

      한화생명은 자본 비율 맞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4일 진행한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원 가량의 주문을 받아 8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회사채를 포함하면 한화생명의 올해 하반기 자본성 증권 발행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요구하는 자본 비율 기준이 워낙 깐깐하다 보니 한화생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해서 시장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