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표 차기 리더' 끌어올린 KB금융...'증권 방정식'은 또 외면했다
입력 2024.12.06 16:26|수정 2024.12.06 16:27
    국민은행 입사 동기ㆍ68년생 김재관ㆍ정문철 발탁
    대관 담당 박찬용 내정자, 부행장 승진 1년만에 대표로
    지난해 및 올해 '양종희 색깔' 인사 단행...증권만 '또 유임'
    '세대교체 원칙 훼손' 불구, '대안 없다' 고민 끝 연임 결정
    • '양종희표 차기 리더' 끌어올린 KB금융...'증권 방정식'은 또 외면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KB금융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마쳤다.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가 국민은행장으로 내정되며 예견됐듯, 인사 폭이 작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양종희 회장의 신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차기 리더군을 주력 계열사 대표로 발탁하며 경영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다만 이번에도 KB증권은 교체가 아닌, 유임을 택했다. 현대증권 합병 이후 10년 넘게 풀지 못한 '증권 방정식'을 이번에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1년 동안 안에서든 밖에서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거란 평가다.

      KB금융은 6일 오전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KB국민카드 신임 사장 후보에 김재관 지주 재무담당(CFO) 부사장,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에 정문철 은행 개인고객그룹 대표 부행장을 선임했다. KB데이터시스템에는 현 지주 기획조정담당박찬용 부행장이 발탁됐다.

      김재관 부사장과 정문철 부행장은 지난해부터 주요 계열사 인사 때마다 '우선 순위 후보'로 언급되던 그룹 내 차기 리더군으로 꼽힌다. 1968년생 동갑내기로 1992년 국민은행 입행 동기인 두 사람은 그간 재무ㆍ전략ㆍ영업 등 다양한 직무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김재관 부사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은행에서 중소기업관련 영업을 오랜기간 맡아왔고, 임원 승진 이후엔 은행 CFO에 이어 지주 CFO를 담당하며 재무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올해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관리하고,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정문철 부행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은행 재무기획부장과 전략본부장, 경영기획그룹 대표 등 요직을 거치며 착실히 리더십 수업을 받아온 인사란 평가다. 2020년 부행장으로 승진해 현 은행 부행장 중 가장 연차가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양종희 회장과 전주고ㆍ서울대 동문이라는 점이 오히려 인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은행장으로 영전한 이환주 대표의 후임으로 낙점됐다.

      이환주 현 KB라이프 대표가 1964년생, 이창권 현 KB국민카드 대표가 1965년생임을 고려하면 세대교체 차원의 안배가 있었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주력 계열사에 본격적으로 1960년대 후반 출생 인사들을 배치하며 차기 행장 및 회장 후보군을 준비하려는 의도도 읽힌다는 지적이다.

      KB데이터시스템 대표로 낙점된 박찬용 부행장은 관동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은행 업무지원본부장을 거쳐 2021년부터 기획조정부를 담당하고 있다. 기획조정부의 핵심 업무는 국회 대관업무다. 지난해 윤종규 전 회장에 대한 국정감사 출석 요구 대응, 올해 양종희 회장ㆍ이재근 행장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 배제 등의 공로를 인정받은 인사로 풀이된다.

      올해 초 부행장으로 승진한 지 1년만에 전격적으로 계열사 대표에 발탁된 데 대해 '깜짝 인사'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다만 1965년생으로 현직 계열사 CEO들과 나이대가 비슷한데다, 실무자시절 은행 전산부에서 오래 근무한 점이 직무에 어울린다는 분석도 있다. 양종희 회장 및 이환주 행장 내정자와 같은 주택은행 출신이기도 하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인사에서만큼은 확실히 자기 색깔을 낸 양종희 회장이지만, 이번 인사에서도 KB증권 세대 교체 이슈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성현 현 IB부문 대표가 5연임하며 2019년 이후 7년간 대표직을 지키게 됐다. 당초 1년 임기를 부여받았던 이홍구 WM부문 대표도 1년의 임기를 추가했다.

      올해 계열사 인사에서 KB증권 대표 자리의 향방은 베일에 쌓여있었다. IB부문 출신인 두 명의 부사장 중 한 명이 경영관리부문으로 이동하며 후계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관전평이 나오기도 했지만, 직무 경험으로 볼 때 당장 대표이사로 발탁하기엔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은행 역시 리테일 및 WM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부행장들이 대부분 1~2년차로, 계열사 대표이사로 내려보내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이사회에서도 고민을 거듭했지만, 인사 원칙상 전문성이 요구되는 증권사 대표직을 교체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대안이 확실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더십을 교체하기보단 세대교체라는 명분이 훼손되더라도 일단 현상 유지를 택한 것이다. 

      최근 3년새 KB증권은 자기자본 및 순이익 규모 면에서 신한투자증권ㆍ하나증권 등 경쟁 은행계 증권사를 확실히 앞서고 있다. 다만 앞으로는 올해 3분기말 기준 KB증권 대비 두 배 가까운 1조원의 순익을 올리며 자기자본이익률(ROE) 13%를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이나, 연금ㆍ해외주식 등 신성장 부문에서 업계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한 미래에셋증권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리더십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963년생인 김성현 대표는 현재 계열사 사장단 중에서도 최연장자로, 미래ㆍNHㆍ한국투자 등 대부분의 경쟁사가 이미 1960년대 후반 출생 인사들로 세대교체를 완료한 점을 고려하면 KB금융의 고민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안 마련이 시급해진 만큼, 연말 지주 및 증권 임원 인사를 보면 후계 구도가 일정부분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