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사표 내라' 칼 휘두르는 농협중앙회장에도 침묵...이빨 빠진 금융당국
입력 2024.12.09 07:00
    취재노트
    올 상반기 NH투자증권 인사개입은 '정조준' 했는데
    금융 계열사 인사개입 의혹에는 침묵하는 금감원
    계엄 사태로 좁아진 이복현 입지 드러낸단 평가
    탄핵 정국에 '무관심'…지주회장·행장 연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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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금융 계열사 인사 개입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초 강 회장 인사개입에 유일하게 경고장을 날린 금융감독원도 계엄 사태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며 이같은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올 연말 임기 만료를 맞는 농협금융지주 회장 및 NH농협은행장 인사에도 강 회장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 회장은 최근 서국동 NH농협손해보험, 오세윤 NH저축은행, 이현애 NH선물 대표 등 계열사 3곳 최고경영자(CEO)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농협금융지주 회장 및 농협은행장 임기 만료와 함께 계열사 대표까지 교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같은 강 회장의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개입에도 사실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반기 강 회장이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개입을 지적하며 지배구조를 정조준한 것과 비교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올초 농협중앙회는 강 회장의 측근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대표에 추천했다. 그러나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유 전 부회장이 증권업 경험이 없는 인물로 전문성이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해 양사의 갈등이 수면 위로 표출됐다.

      금감원은 당시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이 부당하다며 농협금융지주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하고 농협은행 금융사고가 농협중앙회가 대주주인 지배구조 특수성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점검하기 위한 정기검사를 진행하는 등 농협중앙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 10월 발표한 농협금융지주 수시검사결과에서 인사 개입 절차를 투명하게 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영유의사항 및 개선사항을 내놓는 데 그쳤다. 앞서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정조준하며 인사권을 건드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개입에 대한 '절차적 개선'을 요구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금감원이 농림축산식품부인 소관인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에 세세하게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거론됐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쥐고 있어 사실상 인사권을 제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최근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방관'은 농협금융 지배구조 특수성 뿐만 아니라 금감원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엄 사태 이후 윤 정부가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측근으로 꼽히는 이 원장 또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도 계엄 사태를 지나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금융사 인사하나하나를 신경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표결을 몇 시간 빨리 하느냐 마느냐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3년 1월 취임한 이 회장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의 1호 영입인사로 취임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나마 지배구조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해 왔던 금감원조차 뒤로 물러선 상황인 만큼 강 회장이 금융계열사에도 측근을 앉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행장이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이 발탁한 인물로 알려진 점도 이 행장의 교체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