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못지는 '책임준공형'…적자 무궁화신탁·코리아신탁 구조조정 현실화?
입력 2024.12.10 07:00
    신탁사, 의무이행 불가능한 상황
    대주에 달린 신탁사 부실 확대 여부
    독립계 신탁사, 만기연장 난항
    시스템 리스크 우려는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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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어려워지자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은 '빛 좋은 개살구'로 드러났다.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신탁사가 책임지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책임준공은 물론 손해배상을 할 여력도 부족하다. 대주단의 '후한' 만기연장에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의 사업장 위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적자를 내고 있는 독립계 신탁사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책준형은 시공사가 파산하거나 공사를 포기하더라도 신탁사가 대신 정해진 공사 기간을 지켜 완공하는 부담을 지는 상품이다. 통상적으로 시공사 책임준공 기한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기간까지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지키지 못하면 대주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대주는 신탁사의 책임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신탁사가 금융지주 계열사인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한자산신탁·KB부동산신탁·교보자산신탁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모기업의 자본 확충 여력이 충분해 안정성은 유지될 거란 평가다.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의 사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만기연장이 잘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적자를 기록한 무궁화신탁·코리아신탁 등 독립계 신탁사다. 대주는 독립계 신탁사가 책임지기로 한 사업장일수록 더 깐깐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궁화신탁은 최근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져 건전성 개선방안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독립계 신탁사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거란 지적도 제기된다.

      사실상 신탁사 부실 현실화의 '키'는 PF 대출 금융기관인 대주가 쥐고 있는 셈이다. 상위권 금융사일수록 웬만큼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이 아니라면 자사의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추세로 알려졌다.

      부실을 이유로 대주가 신탁사에 책임을 물을 경우, 대주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주가 해당 사업장을 '부실 우려'로 분류하면 상각해 손실로 인식하거나 경·공매에 넘겨야한다. 충당금도 대출액의 75%를 쌓아야 한다.

      독립계 신탁사는 규모가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독립계 신탁사의 부실이 확대하면 지방 PF 시장은 더욱 경색될 거란 전망이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중소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는 PF가 대부분이다.

      또 신탁업계에서는 시장의 우려가 커질수록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신규 수주 건수는 급감했다. 기존 사업장 관리가 주요 업무로 자리 잡은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PF 사업장에서 대출 연체만 발생시키지 않는다면 무리 없이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 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PF 리스크가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2~3년 후 부실 여부를 다시 시험을 쳐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