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계' 무궁화신탁 누가 사가나…과도한 책준형·계열사 확장이 발목 잡았다
입력 2024.12.10 07:00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 선정...금융당국 구조조정 요구에 대주주 지분 매각
    부동산 경기 악화에 현금성 자산 1000억→91억...영업용순자본비율 100% 미달
    원매자들 계열사 구조조정·부실자산 처리 부담...매각가에 쏠리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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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무궁화신탁이 공식적인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투입해야할 자본 등을 생각하면 제 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시장에선 부실자산 처리와, 계열사 구조조정도 선결 과제로 꼽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했다. 대주주인 오창석 회장 보유 지분이 매각 대상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 받으면서 결국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는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는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로 인해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무궁화신탁은 현금성 자산이 바닥난 상태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1억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업황 악화로 사업비 조달을 도맡은 사업장과 건설사 신용보강에 나선 사업장의 자금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0년만 하더라도 1000억원에 이르던 현금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지난 8월부터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계 신탁사인 무궁화신탁을 가장 취약도가 높은 신탁사로 분류하고, 유동성이나 건전성 문제가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이 10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을 확인, 이번 조치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이 과도하게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을 벌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책임준공 약정은 신탁사가 일정 기한 내 준공을 보장하는 것으로 신용도가 낮은 지역 중소건설사를 대신해 보증을 서주고 분양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수수료를 더 받는 개념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공사가 중단될 일이 많지 않아 부동산신탁사가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부동산 업황이 꺾이면서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늘자 채무 부담을 신탁사가 떠안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독립계 신탁사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신탁사가 보증한 대출의 잠재 부실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주주가 개인이라는 점이 자금조달의 한계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매년 조단위 이윤을 내는 금융지주사를 모회사로 둔 신탁사들과 달리, 독립계 신탁사들의 경우 연쇄적인 부실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지배적 시선이다. 

      실제로, 무궁화신탁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금리 차입을 했던 점이 오히려 유동성을 악화시켰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무궁화신탁은)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면서 유동성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대주주가 개인 대주주로서 자본력이 취약한 측면이 있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 업계에선 인수합병(M&A)을 통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무궁화신탁의 재무악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무궁화신탁의 관계 및 공동기업으로 분류되는 곳만 아홉 곳에 이른다. 오 회장은 2016년 무궁화신탁 인수 후 현대자산운용, 케이리츠투자운용, 무궁화캐피탈 등을 차례로 사들였다. 여기에 금융업과 무관한 제조기업인 국보까지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무궁화신탁의 경영권은 2016년 오 회장에게 넘어갔지만, 실질적인 지배력 강화는 2019년에 이뤄졌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매입하며 오 회장의 지분율이 20%대에서 70%대로 급증했는데,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채무가 대폭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오 회장이 이 채무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 확장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선 무궁화신탁 인수를 위해 원매자들이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고 보고 있다. 계열사 정리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데다, 부실자산 처리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매각가가 순자산 2000억원을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