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도 이사회 참여해서 의사결정 내리는 구조로"
후진적 지배구조 개선 초점 맞춰 정공법 이어가는 MBK
고려아연, 中자본 이어 NDA까지 전방위 의혹 지속 제기
가랑비 옷 젖는 식…내달 주총까지 유사 구도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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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MBK파트너스가 이사회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2대주주다. 2대주주 역시 이사회 안으로 끌어들여 여러 이사 중 하나로써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이번 공개매수 방식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핵심 취지가 어디까지나 후진적 지배구조 개선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씨 일가나 기존 경영진을 몰아낼 계획 없이, 최대주주인 MBK·영풍과 함께 이사회 참여를 통해 의사결정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최윤범 회장으로 대표되는 대리인 문제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MBK파트너스는 내년 1월 23일 예정된 임시 주총을 앞두고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주식 액면분할을 통한 거래량 회복과 ▲자기주식 12% 전량 소각 ▲배당정책 공시 정례화 ▲주주참여 확대 ▲거버넌스 개선 계획 등이 담겼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산업 내 리더십이나 기존 경영진 전문성에 대해서도 존중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회사의 우수한 사업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방치하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만 발라내 제기한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는 기간 고려아연의 총주주수익률(TSR)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놨다.
지난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MBK파트너스는 일관되게 정공법을 펼치는 모습이다. 전문성을 갖춘 회사 내 기존 경영진과의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되 갈등 당사자인 최씨 일가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내놓은 주주가치 개선 계획도 회사나 주주에 나쁠 것 없는 상식적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합리적으로 보인다.
반면 고려아연은 곁가지 의혹을 긁어모으는 식으로 맞대응을 피하고 있다.
사태 초기 불거진 핵심 출자자(LP) 국적 성분 논란은 물론 현재 잡음을 키우는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2대주주 중 하나인 최 회장이 경영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득하기보다는 MBK파트너스에 대한 각종 의혹을 빠짐없이 제기하는 식이다.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쉽게 소명되는 문제들이다. 중국계 자본 논란의 경우 이번에 사용된 블라인드 펀드 내 출자 비중이 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NDA 위반에 대해선 과거 고려아연 투자를 검토한 펀드가 별개 법인이라는 것만으로도 문제 삼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더군다나 2년 전 투자유치 목적으로 회사가 제출한 사업 계획을 공개매수에 활용할 방법 역시 특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MBK파트너스 역시 가랑비에 옷 젖는 형국이 되는 듯하다. 금방 해명이 가능한 '아니면 말고' 식 의혹도 수차례 반복되다 보면 불필요한 오해를 남기기 쉬운 탓이다. 평판 관리나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이 중요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로선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자시장 한 관계자는 "일일이 해명하기만 해도 진이 빠지는데, 안 그러고 넘어갈 수도 없는 사안들이다. 고려아연은 계속 의혹만 제기하면서도 시간을 벌 수 있다"라며 "LP 사이에서도 MBK파트너스가 합리적 주장을 펼친다는 시각은 많은데, 승패를 가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내달 예정된 임시주총까지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내달 임시주총이 예정된 상태에서 소집 공고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말 주주명부 작성 기초 자료가 되는 소유자 명세를 입수할 수 있으니 그때 가서 주총 소집 통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이 때문에 표결 전 주주 설득 시점을 미뤄야 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최씨 일가 측은 현재도 특수관계자 및 우군을 통해 지분을 장내매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