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C 평당 매각 희망가 낮출까…입찰가와 20% 이상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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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광화문 랜드마크 오피스인 SFC 매각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입찰 진행 결과, 참여자들이 기대를 밑도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최고 입지에도 불구,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GIC와 매각주관사인 CBRE코리아는 SFC 매각 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들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코람코자산신탁, 코람코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등 3파전으로 전해진다.
당초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KKR과 블랙스톤은 가격만 맞다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입찰에 뛰어들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도자 측인 GIC는 평당 3800~4000만원 수준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거래가만 1조4000~1조5000억원에 달한다. SFC는 지하 8층~지상 30층, 연면적 11만9646㎡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로 서울 핵심 업무권역(CBD)의 트로피에셋으로 꼽힌다. 이에 인근 지역에서 한번도 달성하지 못한 평당 4000만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난 2일 진행된 입찰에서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를 적극 검토하던 외국계 투자자들이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불참했고, 입찰에 참여한 운용사들도 매도자측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들은 대체로 평당 3200~3300만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람코자산운용과 현대인베스트먼트가 해당 가격대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는 외국계인 벤탈오크그린과 손잡고 이번 거래에 참여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국민연금에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연금은 신중한 분위기다.
현재까지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선 코람코신탁이 평당 3500만원대 인수 의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보유하고 있는 가치부가형(밸류애드) 블라인드펀드의 자금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상태라 자금력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계엄령 선포 여파로 투자심리가 경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GIC의 희망가로는 운용사들이 목표로 하는 수익률을 맞출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GIC는 자금력이 있는 일부 운용사에만 IM(투자설명서)을 전달, 이들은 실사 투어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SFC가 노후화된 건물인 만큼 운용사들은 밸류애드를 염두에 두고 설계전문가와 동행했는데, 대부분 필요한 자금이 상당할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고 GIC의 희망가에 대해선 고개를 내저었다는 후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입지만 고려하면 평당 4000만원 이상도 가능한 자리다. 그러나 리모델링 등 공사비용 등을 감안했을때 3000만원 후반대도 어렵다는 게 입찰을 검토했던 다수 운용사들의 분석"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GIC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희망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매각을 추진할지, 시장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매물을 회수할지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GIC는 현재 유럽과 미국 부동산에서 입은 손실이 막대해 이번 매각을 통해 이를 일부라도 만회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 GIC가 일정 수준의 환차손을 봐야할 것이란 추측이다.
CBD 지역 공급 과잉 우려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매각 자문사 컬리어스에 따르면 2026~2027년 CBD 지역에 공급되는 오피스 물량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규모의 4.5배에 달하는 91만3523㎡(27만6340평)에 이른다.
공실이 증가하거나 임대료 인상이 제한돼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FC의 일부 층은 이미 주변 건물 임대료를 하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기대가격엔 못미치더라도 매각을 강행할지, 혹은 장기 보유를 선택할지 GIC의 딜레마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