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줍줍'하려던 KKR·블랙스톤, 준전시(?) 상황에 관망세로
입력 2024.12.12 07:00
    계엄 생소한 外人엔 사실상 준전시 상황
    물류센터·호텔 등 검토하다 계엄 이후 철회
    외국기업, 오피스 입주마저 결정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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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조(兆) 단위 자금을 싸들고 한국 부동산 투자를 저울질하던 외국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이후 위축됐다. 계엄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한 외국인에게 현 사태가 '준전시' 상황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국내 투자자들이 오피스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느라 오피스 시장은 고점 논란이 생긴 상황이다. 외부자금 유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외국계 투자자가 보수적으로 돌아설 경우 시장 자체가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간 외국계 투자자들은 오피스는 물론 물류센터와 호텔, 임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외국계 투자자가 요구하는 기대수익률(IRR)이 국내 투자자보다 높은 탓에 예상보다 활발히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외국계 투자자는 금리가 하락하는 투자 적기를 기다리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외국계 투자자의 대표적인 투자처인 국내 물류센터 인수 소식이 이어졌다. 지난 6월 미국계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존스랑라살(JLL)의 자회사 라살자산운용이 경기 안성 대덕물류센터 A·B동을 6301억원에 매입했다. 올해 외국자본의 물류센터 투자금액 중 최고다. 7월 그래비티자산운용은 싱가포르투자청(GIC)와 부천 내동 복합물류센터를 약 3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외에도 수백억원대 투자가 이어졌다.

      그러나 외국계 자본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최근 한 외국계 투자자는 국내 물류센터의 후순위 투자를 검토하다 계엄 사태 이후 투자를 철회했다. 추후 국내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산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KKR·블랙스톤·칼라일 등 글로벌 PEF 본사에서 한국 지사에 국내 투자를 신중히 보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심의 통과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국계 자문사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하던 시점에 발생한 이번 사태로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라며 "우량 자산이라도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근 입찰이 진행된 서울파이낸스센터(SFC)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코람코, 현대인베스트먼트 등 국내계 3곳만 입찰에 참여한 상황에서 KKR·블랙스톤 등 외국계 자본이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미 경쟁 구도 면에서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한데다, 계엄 사태 여파로 외국계가 관망세를 보일 경우 매도자와 원매자 사이 가격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국내 오피스는 외국인의 투자뿐 아니라 입주도 위축됐다. 국내 오피스로 입주를 준비하던 일부 외국 기업이 계획을 보류했다. 특히, 내년 1분기 전에 입주를 검토하던 기업들 위주로 한국의 불확실한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엄 사태 전부터 국내 대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서울 3대 권역(CBD, GBD, YBD)에서 본사 사무실을 옮기거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 기업마저 머뭇거리자 오피스 시장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자연 공실률 범위 안에 있는 공실이 당분간 늘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 유동성이 마르고 있어 외국계 자본이 소중한 상황인데 계엄 사태 이후 유동성이 더 부족할까 착잡하다"며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어려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