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ㆍ공제회가 외면한 GTX-C, 발해인프라ㆍ신보로 돌파구 마련?
입력 2024.12.16 07:00
    수요 불확실성에 연기금·공제회들 '드랍'
    발해인프라, 2000억원 규모 투자 논의중
    신보 보증 확대로 조달에 다소 숨통 트여
    지연되는 조달에 금융 주선기관들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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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이하 GTX-C 노선) 착공이 자금 조달 난항으로 지연되고 있다. GTX-C 노선은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까지 참석해 착공식을 열었던, 정부 중점 사업이다. 1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하면서, 금융 주선기관인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교보생명 등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GTX-C 노선의 민간 조달액은 3조4000억원 가량이다. 에쿼티가 약 4000억원, 선순위 대출이 2조4000억원, 후순위 대출이 6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 중 에쿼티와 후순위 대출인 약 1조원 가량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연내 조달 완료를 목표로 지난 6월부터 주요 기관들과 투자 유치를 협의해왔지만, 지분투자(에쿼티)와 후순위대출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연기금·공제회들과 투자 유치를 논의해왔지만, 수요 불확실성과 낮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현 시점에서 연기금·공제회는 모두 검토를 포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프라사업은 투자업계에서 '호흡'이 긴 사업으로 통한다. 협약 기간과 실제 파이낸싱 기간 사이에 길면 수십년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다. 이 때문에 통상 연기금·공제회나 은행, 보험사들이 인프라펀드에 많이 참여한다.

      보험사들 역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9)이 도입되면서 펀드 시가평가 문제로 민자사업  참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 활성화 대책 이후 산업은행과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은행권이 사업 참여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실제 투자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기관들이 참여를 망설이는 이유는 GTX-C가 순수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BTO는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직접 지어 소유권은 정부에 양도하고 일정 기간 동안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기간 내 벌어들인 수익을 민간사업자가 모두 가져갈 수 있지만, 수요 부족에 따른 리스크를 민간에서 모두 부담해야하는 만큼 위험부담도 큰 구조다.

      현재 토종 인프라펀드인 KB발해인프라가 GTX-C 노선의 지분투자와 후순위대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약 2000억원 가량으로, 전체 1조원 중 20% 정도를 책임질 전망이다. 다만 이 역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며, 금융약정을 체결한다면 내년 상반기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해인프라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1600억원 가량을 조달했다. GTX-C 투자를 위해서는 향후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약 5년의 공사기간동안 분산해서 투자를 집행하는 만큼 당장 조달이 급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의 보증 지원 규모가 최근 확대된 것도 일부 조달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10일 국무회의를 열고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의 민간투자 사업별 신용보증 한도를 기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상향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민자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시행령은 오는 17일 공포 즉시 시행된다.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은 민자사업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PF 자금의 상환을 보증해주는 상품으로, 신보는 지난해 말 GTX-C에 대해 1조원의 보증공급을 승인한 바 있다. 신보가 추가로 1조원을 보증한다면, 선순위 대출 약 2조4000억원 중 대부분인 2조원을 신보가 보증하는 셈이다.

      국민은행은 시행령이 시행되는 17일 이후 주요 기관들과 조달 협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보 보증액이 늘어나면 선순위 대출 금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절감한 비용으로 에쿼티와 후순위 대출에 참여한 금융기관에 추가적인 수익성을 보장해 줄 수 있다. 현재 국민은행이 제시한 에쿼티와 후순위 대출 금리는 약 9%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제 착공이 올해를 넘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신보가 GTX-C에 대한 추가 보증을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기관들과 조달 논의를 이어나가는 데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탓이다. 대부분 기관들이 올해는 북 클로징에 따라 신규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GTX-C가 올해 안으로 조달을 마치고 착공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조달이 늦어지면서 국민은행을 비롯한 금융 주선기관들의 부담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