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취득 원가 기준, 장부가액과 큰 괴리
광윤사 신동주 지분 50% 합의 없인 활용 난망
국내 저수익 자산 매각 우선 추진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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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면서 창업 당시부터 보유해 온 일본 부동산 자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룹 '최후의 보루'로 거론되는 도쿄 공장부지들은 현 시세 기준 시 장부가 대비 수조원대의 재평가 차익이 예상된다.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해 실제 활용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를 받지만, 1960년대 취득원가로 계상된 이들 자산의 가치 현실화는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롯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소재 핵심 부동산은 도쿄 신주쿠 공장과 우라와 공장 부지다. 신주쿠 공장(도쿄도 신주쿠구 햐쿠닌정)은 1950년 조업을 시작한 롯데의 첫 번째 본격적인 생산기지다.
최소 5000㎡ 규모(1500평)의 해당 부지는 지난 2013년 7월 생산시설이 사야마 공장으로 이전될 때까지 껌 등을 생산했으며, 현재는 일본 롯데 본사 건물로 활용 중이다. 롯데웰푸드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도쿄사무소가 입주해 있으며, 한일 롯데 간 협력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라와 공장(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은 약 1만㎡(3000평) 규모의 대형 부지다. 현재도 가동 중이며 중앙연구소와 프로야구단 지바 롯데 마린스의 제2구장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도쿄 근교 핵심 베드타운에 위치해 개발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이들 부지의 장부가액은 1960년대 취득 당시 감정평가 기준으로 계상돼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현재 시장가치와 큰 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도쿄 소재 공장들의 실제 가치는 일본 현지 은행들만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정확한 감정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는 두 부지의 현재 시장가치만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최소 조 단위의 차익을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주쿠 부지의 경우 도쿄 중심부 입지를 고려할 때 재개발 시 가치 상승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도쿄 5대 중심구의 A급 오피스 임대료는 올해 3분기 기준 평균 3만2400엔/㎡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라와 부지 역시 야구장과 연구소가 있어 복합개발 시 시너지가 기대된다. 사이타마현은 도쿄 근교 핵심 주거지역으로 꼽힌다. 부동산 컨설팅사 콜리어스에 따르면 도쿄권 주요 지역의 공실률은 3.4%에 불과해 수요가 탄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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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들 자산의 즉각적인 활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복잡한 지배구조다. 해당 부동산들은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 소속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광윤사→롯데홀딩스(일본)→호텔롯데→롯데지주(한국)'로 이어진다.
일본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 광윤사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 측은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일본 자산 활용은 무리"라며 "당국에 공유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시장에 와전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재무제표상 문제도 있다. 토지 자산 재평가를 시행하면 기업의 자산과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지만, 동시에 자산수익률(ROAㆍ이익/자산)과 자본수익률(ROEㆍ이익/자본)에 악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가치 증대로 자산과 자본이 늘어나게 되니 기업의 수익성 지표가 하락하게 되는 셈이다. 일본 금융 당국은 우리나라보다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에 예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본 부동산은 롯데홀딩스 소속이라 롯데캐피탈처럼 유사시 활용이 제한적이고, 세금 문제로 재평가도 쉽지 않다"며 "컨티전시 플랜의 최후 수단으로 거론될 수 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결국 '숨겨진 알짜'로 불리는 일본 부동산 자산이지만, 당장의 활용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한국 부동산 자산 매각이 우선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그룹은 현재 국내에서도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L7과 롯데시티호텔 2~3곳 매각을 통해 6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려 하고 있고, 추가로 롯데백화점 매출 하위점포 10여개를 매각 및 폐점시킨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산의 숨겨진 가치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단기간 내 활용은 어려워 보인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국내 저수익 자산을 정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