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더 어려워진 보통주자본 관리...금융지주 '개점휴업'
입력 2024.12.16 07:00
    환율 1430원대 등락…고환율 장기화 전망
    IB·중기대출 등 RWA 큰 부문 위축 불가피
    지주 CET1 관리에 자회사들도 '눈치보기'
    우리투자증권 등 '성장기' 자회사 우려도
    • 계엄사태 이후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며 금융지주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외화환산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커지며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가 어려워진 까닭이다.

      특히 연말 결산을 앞두고 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까지도 RWA 확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눈치 싸움'에 한참인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환율이 1430원대에서 등락하는 등 큰 폭으로 오르자 은행과 비은행 등 금융지주 자회사들도 CET1 관리를 위해 RWA 증가폭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을 고려하더라도 CET1 관리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4분기부터는 상반기 큰 폭으로 늘렸던 기업대출 성장률을 축소하는 등 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영업점장의 금리 전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기업대출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RWA 관리에 나서고 있다. 상반기 각 은행들이 치열한 기업대출 경쟁에 나서 왔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은행들은 내년도 사업별 RWA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RWA 가중치가 큰 IB부문 등 투자사업 부문의 RWA 배분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이같은 기업대출 및 투자사업 전반의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CET1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RWA를 어디에 배정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과거 대비 수익률이 줄고 리스크가 늘어났다고 판단되는 부분에는 성장 여력을 덜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 뿐만 아니라 자회사들도 RWA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자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연말 결산 시기에 맞춰 지주의 CET1 관리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인 만큼 자회사들도 알아서 RWA를 관리해 달라는 암묵적인 요구가 큰 상태다.

      자회사들 중에서는 지주계열 NPL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각각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계열 NPL 전업사인 하나F&I, 우리금융F&I는 4분기 입찰에서 한 건도 낙찰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주계열 NPL사들이 4분기 입찰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싸울 생각도 안 했다'고 보고 있다"라며 "지주 계열이다 보니 RWA 관리 압박이 커지면서 눈치껏 낙찰을 받지 않으려던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 계엄사태 이후 1430원대를 넘어서면서 등락하고 있다. 환민감도가 높은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CET1 관리 난이도가 타 지주 대비 더욱 높아졌다. 3분기 말 CET1비율이 11.9%로 12.0%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금융지주 또한 RWA관리에 고삐를 죄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당분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성장을 해야 하는 자회사들이 있는데 RWA 부담이 커지면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