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전격 교체...'영업통ㆍ믿을맨'으로 후계구도 꾸린 하나금융
입력 2024.12.16 07:00
    '영업통' 이호성 카드 대표 은행장으로 발탁...강성묵 연임
    함영주 회장 임기 최대 3년 남아...차기 승계 구도 윤곽
    차기 확정 위한 평가 진행할 듯...남은 변수는 법적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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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금융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마무리지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포스트 함영주'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함영주 회장이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인만큼, '영업통'을 발탁해 차기 그룹 경영진의 구도를 짰다는 것이다.

      올해 만 68세인 함영주 회장은 내년 초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3년 후에는 나이 제한으로 인해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번에 선임 혹은 연임된 CEO들은 2028년 3월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핵심 후보군이 되는 셈이다.

      하나금융은 12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하나은행 신임 행장으로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추천했다. 지난해 하나증권 대표로 선임돼 2년의 임기를 소화한 강성묵 부회장은 연임 추천됐다. 이승열 현 하나은행장은 지주 부회장으로 남아 부문장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 이 행장은 지주 미래성장부문 및 그룹브랜드부문을 맡고 있다.

      이호성 대표의 은행장 발탁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영업맨' 함 회장이 '영업통' 이 대표에게 은행을 맡긴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행장 내정자는 지점장 시절부터 무역센터지점ㆍ삼성센터지점 등 강남 주력 지점을 맡아왔고, 본부장 시절엔 서초중앙영업본부장ㆍ강남서초영업본부장을 거치며 핵심 요지를 관할했다.

      함영주 회장은 상고 출신ㆍ영업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 내정자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함 회장이 하나은행장이던 시절 이 내정자에게 중앙영업본부장ㆍ그룹장을 맡기며 중용했다. 지난해 초 하나카드 대표로 선임됐을 땐 '경영관리 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연임은 예상된 결과라는 관측이 많다. 강 대표 역시 대전영업본부장, 영업지원그룹장, 중앙영업2그룹장 등을 거친 영업통으로, 2015년 대전영업본부장 시절엔 함영주 당시 충청영업그룹장과 손발을 맞춰 충청영업그룹을 실적 1위로 만들었다. 2021년 김정태 전임 회장 시절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을 때에도 살아남은 '함영주 사람'으로 통한다.

      이번 임추위를 앞두고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차기 구도를 위해 새로운 얼굴이 행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차기 회장 승계 구도를 만들기 위해, 이승열 행장의 연임보다는 교체가 더 합리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계열사에서 경영관리 경험을 쌓은 카드 이호성 대표와 증권 강성묵 대표  둘 중 한 사람이 될거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실제로 이호성 대표가 선택됐다. 강성묵 대표의 경우 하나증권의 부동산금융 부실 처리 및 실적 턴어라운드가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교체가 마땅치 않았을 거란 평가다.

      현재 하나금융 부회장은 이은형ㆍ이승열ㆍ강성묵 총 3인으로, 지주에서도 각각 부문장을 맡아 그룹의 핵심 사업을 하나씩 챙기고 있다. 현 부회장단이 차기 그룹 CEO 핵심 후보군으로 꼽히는데, 여기에 이호성 신임 은행장이 추가되는 셈이다.

      일단 하나금융이 차기 CEO를 육성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년 정도가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은 지난 10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이전 규정은 이사가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면 '해당 일'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만 임기를 소화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은 이를 '해당 임기' 이후로 수정했다. 이전 규정대로라면 함 회장은 2027년 3월까지만 임기를 소화할 수 있었지만, 개정으로 인해 2028년 3월까지 총 3년을 재직할 수 있게 됐다.

      이 기간동안 하나금융은 경영성과 등 차기 CEO를 정하기 위한 평가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 부회장단이 곧바로 차기 CEO 후보군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성규 전 행장, 박성호 전 행장 역시 임기만료 후 지주 부회장직을 수행했지만, 각각 1년의 임기만 소화한 후 물러났던 전례가 있다.

      마지막 남은 변수는 함영주 회장의 법적리스크다.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관련 소송에서는 최종 승소하며 부담을 벗었다. 다만 2018년 시작된 채용비리 관련 3심이 아직 남아있다. 대법원의 심리 속도가 매우 느려 결론이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월 주심대법관 및 재판부(제1부)가 배당돼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가 시작됐음에도 지난 7월 상고이유보충서 제출 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