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리츠 '살림살이' 나아질까...우려 속 '대신리츠' 변수 부상
입력 2024.12.17 07:00
    하반기 1조원 규모 유상증자 쏟아져…시총 30% 수준
    9월 부터 리츠 주가 급락…한화리츠는 3개월간 29% 하락
    대신증권 공모리츠가 복병(?)…낮은 수익률에 투자자 손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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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배당시즌을 앞두고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에는 찬바림이 불고 있다. 연초만 해도 배당 기대감에 금리 인하 수혜주로도 꼽히며 랠리를 이어갔지만, 잇따른 유상증자로 인해 리츠 업종 자체의 평판이 무너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급 불안을 야기한 대기업 계열 스폰서 리츠들의 유상증자 릴레이가 끝난만큼, 내년 초에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남은 변수로는 대신증권이 사옥을 편입하기 위해 추진 중인 '대신리츠'(가칭)가 꼽힌다. 현재 밝혀진 공모 계획만 보면, 리츠 투자자가 큰 이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로 분석되는 까닭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상장 리츠들의 주가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연말 배당주 선호현상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 물량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올 하반기에만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발표됐는데, 이는 유상증자를 발표한 리츠들의 시가총액 합계(3조3000억원)와 비교하면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리츠 주가는 9월을 기점으로 급락세를 보였다.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최근 3개월간(9월12일~12월11일) 14% 하락했다. 특히 장교빌딩 편입을 위해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는 유상증자를 단행한 한화리츠의 주가는 같은 기간 29%나 추락했다. 주가 하락으로 시가배당률은 9%에 가깝게 치솟은 상태다. 

      연이은 유상증자에 주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나, 업계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배당형 상품인 리츠의 특성상 지속적인 배당 성장이 핵심인데, 2022년 시작된 고금리 국면에서 성장 동력이 멈췄었다. 이자비용 급증으로 배당금 축소를 막기 위한 비용통제에 급급했고, 신규 자산 편입을 통한 배당 확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난 1~2년간 국내 리츠들의 외형 확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던 것이다. 

      2024년 들어 금리 하락 기대감이 높아지자 리츠들은 일제히 투자 시동을 걸었다. 장기적으로 대출금리 하락에 따른 배당 증가가 예상되면서 리츠 운용사들은 이 시기를 투자 적기로 판단했다. 문제는 모든 운용사가 같은 생각을 했다는 점이다. 결국, 동시다발적인 유상증자로 주주들의 피로감만 가중됐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던 관련 부처가 조정에 나섰어야 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업계는 대규모 증자가 연말에 마무리되면서 내년에는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순차적인 금리인하와 배당 회복이 예상되면서 주가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비록 후유증이 남았지만, 조 단위 유상증자로 상장 리츠들의 몸집이 커진 만큼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산재평가를 통한 차입금 확대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의) 후유증이 컸던만큼 시장 신뢰가 축적된 리츠에 한해 증자가 진행될 것"이라며 "자산 편입의 방식으로 장내 유상증자 외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리츠간 합병 등 다양한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앞으로 공모주 시장을 노크할 새로운 리츠들의 구조가 얼마나 '투자자 친화적'으로 나올지가 변수로 꼽힌다. 당장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대신리츠사 내년 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현재 본사 사옥인 대신343을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 리츠를 준비 중이다. 목표수익률은 5.9% 수준으로 전해졌는데, 현재 주요 리츠들의 시가배당률이 6%를 크게 상회하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도가 낮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공모가 부진할 경우 리츠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공모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위한 기관투자자 유치부터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NH아문디운용 매각 때보다 낮은 수익률이 이번 공모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다. 

      NH아문디운용이 대신증권 사옥을 매입할 당시에는 기관투자자들에게 6%대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우선주와 보통주를 분리 발행했고, 대신증권이 보통주 투자자로 참여해 배당을 거의 받지 않기로 하면서 우선주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모는 보통주만 발행하는 단순 구조여서 투자자 수익률이 5%대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의 공모가 성공적이려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공모구조를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보유 중인 상장 리츠의 시가배당률이 더 높다는 이유로 대신리츠에 대한 투자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장리츠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신증권의 공모리츠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면서도 "NH아문디운용 매각 당시보다 낮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현재 구조로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