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고 관심사는 안다즈 강남·소피텔 등 5성급 호텔
기업형 임대주택인 리마크빌도 주목…외국계 투자자 눈독(?)
적정가 놓고 눈높이 조율이 변수…지방자산은 매각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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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3조원대 부동산 유동화를 검토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유동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20여개 부동산 중 강남권 5성급 호텔들이 투자 매력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대로, 지방에 위치한 상가건물의 경우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KT그룹은 최근 삼성KPMG컨소시엄을 주관사를 선정하고 보유 부동산 유동화를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유동화 검토 대상은 KT 보유 오피스·상가, 호텔 10곳,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보유한 호텔·임대주택·오피스 등 9곳, 자회사 NCP가 시행 중인 구의역 KT부지 등 총 20여곳이다.
6주간의 컨설팅을 거쳐 최종 매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KT가 유동화 대상으로 내놓은 부동산들의 총 규모는 3조원대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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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에선 KT가 검토 중인 20여개 부동산 중 특히 서울 소재 10개 자산에 주목하고 있다. 강남 등 우량 입지를 보유하고 있거나, 운영 실적이 준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자산군이다.
구체적으로 KT송파사옥을 비롯해 호텔(신라스테이역삼, 안다즈 강남, 소피텔, 르메르디앙&목시,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레지던스), 기업형 임대주택인 리마크빌(동대문·영등포·대연·관악), 상가건물(KT한솔필리아), KT부지 개발사업(이스트폴) 등이 꼽힌다.
이 중 투자업계가 주목할만한 자산으로는 KT가 보유한 호텔 자산이 첫 손에 꼽힌다. 최근 계엄ㆍ탄핵 이슈로 인한 단기적 변곡을 빼면, 추세적인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내국인 수요가 맞물리며 호텔업계가 상당한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 지역 호텔업은 잇딴 객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객실점유율(OCC)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OCC는 80% 수준을 기록했으며,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의 경우 지난 10월 평균 객실단가(ADR)가 80만원 후반대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KT 호텔자산은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레지던스, 안다즈 강남, 소피텔, 르메르디앙&목시, 신라스테이역삼 등으로 대부분 5성급이다. 투자업계는 이 중에서도 안다즈 강남과 소피텔을 최우량 매물로 평가하고 있다. 강남·송파에 자리잡은 두 호텔은 2019년(안다즈)과 2021년(소피텔) 개관한 신축 건물로, 각각 하얏트와 아코르 등 글로벌 호텔 체인을 운영사로 확보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런 핵심 자산들을 매각한다는 건 곧 KT그룹의 부동산 사업의 축소를 뜻한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수준의 의사결정이 나올 것인지가 변수로 꼽힌다.
현재 이들 5성급 호텔은 KT 소유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맡고 있다. KT에스테이트는 KT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다시 글로벌 호텔 체인들과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해 호텔을 관리하는 구조다. 우량 자산을 직접 운용하고 있는 만큼, 매각 자산의 범위에 대해 KT그룹 내부에서도 상당한 고민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형 임대주택인 리마크빌도 외국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투자사들은 앞다퉈 한국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면서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월세 상승도 동반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블랙스톤 등의 외국계 투자자들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베팅해 미리 국내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는 서울 금천구에서 SK디앤디와 협력해 195실 규모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며,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홍콩계 공유 주거 기업 위브리빙과 손잡고 국내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대문구에는 이미 임대주택 위브플레이스 회기를 선보였고, 다른 프로젝트 역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KT에스테이트의 리마크빌은 이런 맥락에서 유력한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KT에스테이트는 리마크빌 동대문, 리마크빌 영등포, 리마크빌 대연, 리마크빌 관악 등을 유동화 검토 중이다. 리마크빌은 기업형 임대주택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주거 부동산 변천사를 보면 한국 역시 월세 중심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란 게 투자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라며 "우리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다른 곳들은 시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KT 보유 지방 부동산의 매각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을 다수다. 지방이라도 도심 핵심지역 소재 부동산의 경우 과거에는 개발사들의 수요와 맞물려 거래가 이뤄졌으나, 최근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시장이 위축된 상태인 까닭이다. 특히 자연녹지지역 부동산의 경우 매각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정KPMG 컨소시엄에 부동산플래닛 등 프롭테크 기업을 포함시킨 것은 KT의 지방 부동산 매각을 고려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방 부동산은 해당 지역 유력 인사나 특수 수요층을 겨냥 한 마케팅이 중요한 만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할 줄 아는 자문사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부동산에 대한 KT그룹의 눈높이가 매각의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우량 자산이라 하더라도 시장이 생각하는 적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거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요 투자 후보로 거론되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 원가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KT는 과거 2011년 28개 지사 자산을 매각할 당시에는 대부분을 KT AMC에 일괄 매각하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KT가 보유한 우량자산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계 투자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다만 이들은 원가 경쟁력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어 (가격 베팅보단) 적정 수준의 인수가를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