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성장 이룬 로펌업계, '이벤트'에 기대야 하는 2025 실적
입력 2024.12.18 07:00
    올해 어렵다 전망 많았지만 대부분 성장세
    시장 위축에 탄핵정국까지…벌써 내년 걱정
    불확실성 걷힐 때까진 기존 먹거리도 위축
    구조조정·PEF·분쟁 등 변수에 실적 갈릴 듯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말로 접어들며 대형 법무법인들이 분주해졌다. 통상 연간 매출 중 10% 이상이 12월에 집중되기 때문에 막판에 얼마나 자문 수수료를 거둬들이냐에 한 해 농사 결과가 달라진다. 올해 영업일이 열흘이 채 남지 않은 터라 각 법인 경영진들은 파트너들을 독려해 고객들에 보수를 청구하고 있다.

      법무법인들은 작년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연말까지 따져봐야겠지만 의미있는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내외 경제 환경이 더 악화하며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던 데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장은 올해 처음으로 매출 4000억원의 벽을 넘느냐가 관심사다. 작년(3724억원)보다 8% 이상 성장하면 4000억원을 살짝 넘기게 되는데 광장 내부에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문 분야의 강점을 이어갔고, 형사 자문 영역에서도 성과를 냈다.

      태평양은 상반기까지 다소 주춤했는데 하반기 들어 롯데렌탈 M&A,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에 관여하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한 차릿수 성장률을 기록해 매출 4000억원(특허 및 해외법인 포함) 시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율촌도 올해 한자릿수 후반 대 성장률이 점쳐진다. LG그룹의 재산 분쟁 자문을 이어가고 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혼 상고심 대리인단에도 참여하는 등 대기업 관련 성과를 냈다. IMM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를 자문했다.

      세종이 올해 율촌을 넘어서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작년엔 3분기까지 근소하게 앞서다가 4분기 율촌의 뒷심에 밀린 바 있다. 10% 초반대 성장을 이룰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데, 이대로면 세종이 올해 4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화우는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매출은 3000억원에 가까워진다. 기존에 강점이 있는 금융제재 분야의 성과가 좋았고, 각종 분쟁과 송무 영역에서도 쏠쏠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 대형 법무법인들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자문 역량을 강화하며 성장세를 이끌어냈다. 올해 새 집행부 체제를 맞은 법인들도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년 살림을 꾸리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망은 더 어둡고 탄핵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시장 전반의 성장 동력이 약화한 상황이라 기존 먹거리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울 수 있다.

      자문 분야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해득실을 다 파악하기도 전에 국내에서 탄핵정국이 이어졌다. 대기업들은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지는 몸을 사릴 것으로 예상된다. 돈 되는 해외 M&A 자문이 늘어날 리 없다. 기업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자문 비용이다.

      규제 분야 자문도 당분간 공회전이 이어질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감사원, 금융감독당국 모두 차기 정권 수립 전까지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탄핵 일정을 감안하면 반 년 가까이 제재 관련 일감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엄혹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관(官)이 기업들을 더 옥죄기는 쉽지 않다.

      내년 하반기에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확실성이 걷힐 뿐 우리 경제의 근원적 체력이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괄목할 회복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나마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구조조정이다. 여러 대기업이 작년과 올해까지 유동성 확보에 애를 먹었다. 일부 기업이 선제적으로 자산들을 팔아 자금을 마련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많은 기업이 내년에도 긴축 경영을 예고한 만큼 수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법무법인은 산업은행과 접점을 다시 늘리려 하고 있다.

      구조조정 매물들을 받아줄 만한 곳은 사모펀드(PEF) 외에 보이지 않는다. 올해까지 조단위 자금을 모은 대형 PEF들은 내년 초부터 공격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한국에 쓸 자금을 많이 가진 글로벌 PEF의 행보도 관심사다. 계엄과 탄핵 사태로 위축되긴 했지만 염가 매수 기회로 여길 수도 있다.

      기업이 주춤한 상황에서 자문 비용을 후하게 쳐줄 곳도 국내외 대형 PEF뿐이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이들과 얼마나 여러 차례 거래를 함께 하느냐에 따라 한 해 장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PEF와 연이 있는 변호사나 외국변호사 영입 쟁탈전도 치열하다.

      각종 분쟁이 얼마나 벌어지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올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는데 내년에도 이런 형태의 갈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의 경영권을 둔 공방은 서로 배수진을 치기 때문에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사안마다 법무법인들의 수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 대형 법무법인 경영진 변호사는 "내년은 내내 시장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업 구조조정 관련 일감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에는 경영권 분쟁 등 갈등 상황에 더 참여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