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 '합' 맞출 후보군 놓고 고민
금융계열사에 목소리 높이는 강호동 회장
공백기 속 '내 사람' 인사 낼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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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연말 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 인사에도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농협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 또한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초 농협중앙회의 금융계열사 인사 개입에 경고장을 날렸던 금융당국이 탄핵 정국 이후 혼란한 상황에 처하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인선'을 견제할만한 세력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 서옥원 NH농협캐피탈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마무리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주말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이 회장의 연임 여부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 대선후보 캠프 1호 인사로, 관료 출신 '측근'으로 꼽힌다.
농협금융 회장은 대부분 경제관료 출신들이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많았다.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의 소통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추위의 의중도 한층 복잡해졌다. 지난 주말 탄핵소추안 통과로 새 정부와 합을 맞춰 나가기 위한 인물을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행장 임기 만료 예정인 5대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장만 아직까지 최종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있다. 농협금융이 지난 13일 임추위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아직 회장 후보와 관련해 최종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농협금융은 오는 20일 열리는 이사회 이전에 임추위를 갖고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이번 주 열리는 임추위에서 회장 후보 추천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자 이번 회장 및 계열사 대표 추천 과정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한층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선임과 관련, 농협중앙회의 개입에 '경고장'을 날렸던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금융계열사 사장단 일괄 사표' 지시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혼란한 정국에 더해 금감원 내부 인사 등으로 인해 여력이 나지 않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위원장을 맡은 이윤석 사외이사 및 김익수 사내이사, 길재욱·이종백 사외이사 및 박흥식 비상임이사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박흥식 비상임이사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쥐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또한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강 회장이 금융계열사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만 수차례 금융사고가 발생한 농협은행에 '메스'를 들이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강 회장과 동향인 경남 출신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 강신노 NH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최영식 NH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 측근들이 농협은행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후보 추천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추위 한 관계자는 "회장 후보 추천이 늦어지게 되면 계열사 대표 추천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