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M&A 시장, IPO로 눈돌린 모건스탠리...'현지 상장'서 선전
입력 2024.12.20 07:00
    모건스탠리, 현대차 印법인, 네이버웹툰 등 IPO 두각
    유사 거래 잇따라 수주...현지 상장 수수료 건당 '수백억'
    안정적 조상욱 대표 체제에 UBS 출신 김세원 전무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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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A 시장 침체가 올해에도 이어졌다. 하반기 금리인하와 함께 대형딜이 나오긴 했지만 대통령 탄핵이란 대형 정치적 이벤트가 벌어지면서 내년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형 M&A 거래가 주춤한 사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다른 먹거리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그 중에서 모건스탠리는 올해 IPO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ㆍ네이버웹툰 미국 상장 등 국내 기업 해외 법인의 현지 상장에서 주로 실적을 쌓았다. LG전자 인도법인 상장 등 향후 비슷한 거래 수주에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자본시장 분위기는 침체 일로였다. 하반기 그나마 거래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사정이 어려운 몇몇 대기업이 내놓은 딜이 전부였다. 삼성이 대형 M&A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실제 성사된 것은 없다. 긴축 모드로 돌아선 SK그룹, 롯데그룹이 매도자로 나선 딜 정도가 전부다.

      이 때문에 대형 M&A가 주요 먹거리인 글로벌 IB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수년째 인베스트조선 M&A 리그테이블 순위 1위를 삼일회계법인에 내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형딜에 강점이 있는 회계법인들은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서 M&A 가뭄을 버텨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글로벌 IB들이 지오영, 한온시스템 등 대형거래를 성사시키면서 회계법인을 뒤쫓았다.

      글로벌 IB들은 대안으로 수익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중에 하나가 IPO 자문이다. 특히 해외 상장은 수수료 규모 면에서 오히려 M&A 자문 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기까지 한다. 대기업 IPO도 상장규모가 수 조원에 이르다 보니 쏠쏠한 먹거리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올해 IPO 시장에서 글로벌 IB 중에선 모건스탠리가 가장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올해 국내 법인의 국내 상장엔 관여하지 않아 인베스트조선 ECM 리그테이블 순위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리그테이블에 잡히지 않는 국내 기업 해외 법인의 현지 상장은 거의 대부분 모건스탠리가 담당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6월에 웹툰엔터테인먼트(이하 네이버웹툰)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에 성공한 바 있다. 4조원 규모 상장을 축하하기 위해 네이버 경영진들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총출동했다. 상장식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 등이 참여했다. 

      상장 주관업무를 맡은 모건스탠리는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 과정에서 모건스탠리 최고재무책임자가 네이버웹툰 이사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해당 거래로 수수료로만 수백억원을 벌어들였을 것이다”라며 “해외 IPO는 수수료가 국내 상장 대비 수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라고 말했다. 

      10월에는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을 주관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시총 26조원에 공모규모만 4조원이 넘는 대형거래였다. 정의선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식에 참여할 정도로 공을 들인 거래다. 모건스탠리는 네이버웹툰 상장에 이어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을 성공시키면서 해외 법인 현지 상장에 강한 IB란 인식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내년 해외 법인 현지 상장 거래 중 가장 큰 거래 중 하나인 LG전자 인도법인 상장도 모건스탠리가 맡아서 추진하고 있다. LG전자 100% 자회사인 인도법인의 시가총액이 국내 상장된 본사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전자 시가총액이 14조원인데, LG전자 인도법인의 몸값은 18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LG전자는 최근 인도법인을 인도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서 인도증권거래위원회에 예비심사서류를 제출한 바 있다. 

      내년엔 국내 ECM 리그테이블에서도 모건스탠리의 이름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모건스탠리는 최대 6조원 규모 LG CNS 상장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 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제출하며 코스피 상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국내 금융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LG CNS는 일단 1월9일부터로 예정된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정이 큰 문제 없이 진행된다면 1월 말 공모청약을 거쳐 2월 중 상장이 완료된다. 모건스탠리는 KB증권ㆍ메릴린치와 함께 공동대표주관을 맡아 공모 물량의 20%(약 2000억원)를 책임진다.

      모건스탠리가 IPO에서 강점을 보이는 배경으로 오랜기간 대기업 네트워크를 다진 조상욱 대표의 역량이 거론된다. 다른 IB 하우스들이 세대교체 등 부침이 있었던 것에 반해 모건스탠리는 2018년 이후 조 대표 단독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안정된 지배구조에서 나오는 영업력으로 대기업 거래를 잇따라 수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UBS(합병 전 크레디트스위스)의 김세원 전무가 모건스탠리에 합류하면서 힘을 보탰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무는 크래프톤 IPO를 담당하는 등 IPO 업무에 잔뼈가 굵은 뱅커다. UBS는 올해 4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에 성공하며 IPO 리그테이블 10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김 전무는 이직 전 UBS가 이 거래를 수주하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글로벌 IB 인력이 상당수 업계를 떠난 가운데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건스탠리가 IPO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올해 해외 법인 현지 상장 트랙레코드를 잇따라 쌓으며 향후 유사한 거래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