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위치한 또다른 우량자산인 옛 금호아트홀 매각은 순항할까
입찰 끝 마스턴이 우협으로 선정…수천억 자금조달 과제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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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청·광화문 일대 최대 매물로 꼽혔던 SFC 매각이 결국 무산된 가운데, 같은 권역인 크레센도빌딩(옛 금호아트홀)의 매각 완주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매각가가 6000억원에 가까운 만큼 우선협상자인 마스턴투자운용의 자금조달 성공 여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는 최근 광화문 SFC 매각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입찰 참여자들에 통보했다. 매각가를 두고 매도자-매수자간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GIC는 평당 3800~4000만원선, 총 1조4000~1조5000억원의 매각가를 기대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입찰에 뛰어든 코람코자산신탁, 코람코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등은 평당 3200~3400만원대의 가격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노후화된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 부담과 고금리 환경에서 6000~7000억원에 달하는 에쿼티 조달의 어려움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크레센도빌딩은 일단 표면상 입찰 흥행에는 성공했다. 첫 입찰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 삼성SRA자산운용, 신한리츠운용, 마스턴투자운용 등 6개 운용사가 참여했다. 이어진 11일 2차 입찰에서는 마스턴투자운용이 매각가를 200억원 늘려 제시하며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 매각자인 DWS자산운용(옛 도이치자산운용)은 마스턴투자운용이 제시한 평당 3380만원, 총5600억원 수준의 매각가를 높이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다만, 남은 관건은 자금 조달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시된 매각가가 6000억원에 달하는만큼, 조달해야 하는 에쿼티가 약 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까닭이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은 한화생명을 수익자로 둔 블라인드펀드(1250억원 규모)를 동원할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한화생명이 캐피탈콜을 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건전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재무상황 및 거래 조건에 대한 이견을 내세워 캐피탈콜을 거부하는 경우도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수익성도 과제다. 주요 임차인인 김앤장이 내년에 내는 전용면적당 임대료는 28만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는 인근 콘코디언빌딩의 일부 임차인이 내고 있는 30만원 중반대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콘코디언빌딩의 평당 매각가가 3450만원으로 크레센도빌딩과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수익률 확보를 위해서는 2029년 계약 만료 이후 임대료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마스턴투자운용이 어떤 투자구조를 제시할지가 자금 모집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모집 시 보통주와 우선주를 발행해 보통주의 배당을 최소화하는 구조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SFC와 크레센도 거래 모두 현재 오피스 시장이 직면한 자금조달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SFC는 1.5조원대 매물에 대한 자금 조달이 난관이었고, 크레센도빌딩은 규모는 작아 입찰 흥행에 성공했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져 매력적인 수익률 제시가 숙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스턴투자운용 측은 "우수한 입지와 상징성 등을 인정받은 자산인 만큼 추후 펀딩이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