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구상엔 없던 한화 급식사업, 김동선은 아워홈 인수로 재진출 타진
입력 2024.12.24 07:00
    한화,아워홈 오너일가 전체 지분 인수 추진
    김동선 부사장 주도…식품 사업 시너지 기대
    과거 푸디스트 매각한 한화…급식 사업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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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이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 측이 아워홈 오너 일가 지분 전부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막판 이견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 측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수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5년 전 한 차례 급식사업부를 매각했던 바 있다. 아워홈 인수를 통한 사업 재진출 배경을 두고, 식음료사업(F&B)에 관심이 많은 김동선 부사장이 승계 구도 측면에서 사업 발판을 마련하려 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거래 대상은 아워홈 지분 전량이며, 규모는 1조원 중반대가 거론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번 인수설과 관련해 "다양한 부문의 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거래가 이뤄진다면 한화그룹이 오너 일가 보유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아워홈을 인수하기 위해 한화그룹이 인수금융이나 사모펀드(PEF) 등 외부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화 측은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 전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김동선 부사장은 ‘푸드테크’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 햄버거 업체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론칭하고 ‘스텔라피자’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M&A 를 하고 있다.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회사인 한화푸드테크가 급식사업본부를 신설했다고 알려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서는 밸류만 적합하다면 현재 확장 중인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있고, 아워홈 오너 역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국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와 범LG(아워홈) 간 대기업 간의 합의점만 찾는다면 양측 모두에 괜찮은 거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하면 5년만에 다시 급식 사업에 진출하는 셈이다. 2019년 한화는 호텔앤드리조트에서 위탁 급식 및 식자재유통, 외식, 컨세션 사업을 맡은 FC부문을 물적분할해 ㈜푸디스트를 설립했다. 같은 해 11월 해당 부문을 국내 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에 1000억원대에 매각했다.

      당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FC부문 매각은 비핵심 자산 정리 차원이었다는 분석이다. 급식사업은 매출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업종 특성상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아워홈과 삼성웰스토리 등 기존 선두 업체들과의 경쟁 강도가 심화된 점도 고려됐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내 식료품과 급식업체 부당 지원 여부를 집중 들여다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평가였다.

      당시엔 김동관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 승계 밑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던 시기였다. 2020년 인사에서 김동관 당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승계 작업에 속도를 냈다는 평이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당시 한화의 미래 구상에 급식 사업은 빠져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푸디스트 매각 당시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독일에서 레스토랑과 라운지 바를 운영 중이었고, 건설 및 호텔 리조트 사업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었다. 현재 김동선 부사장은 실제로 갤러리아와 호텔앤드리조트를 맡아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다만 제조업의 맏형, 금융업의 둘째형과 비교해 한화의 F&B 및 리조트 사업 영역은 비교적 외형이 작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아워홈 인수는 빠른 시간 내에 외형을 불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권 승계시 일정부분 역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을 내부시장(캡티브마켓)으로 가져가며, 국내외 유사업종 볼트온(Bolt-on;동종기업 합병을 통한 규모 확장)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남은 변수는 아워홈 내 2세간 경영권 다툼이 언제 정리되느냐다. 현재 아워홈은 오너 일가 네 명이 98%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장녀 구미현 회장(19.28%), 차녀인 구명진 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이 각각 19.6%, 20.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 남매 중 누군가가 지분을 제삼자에게 매각하려 할 때 다른 형제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워홈 정관에는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먼저 팔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마음을 굳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마지막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이 일부 대형 PEF와 자금 조달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아워홈 경영권 다툼이 종식되고 한화 측이 제시할 엑시트 보장 조건이 마련되면 구체적인 진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동선 부사장은 F&B 사업에 열정이 많아 다시 아워홈 인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조건이 나쁘지 않은 만큼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