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카드'에 떠밀린 카드사들...CEO 교체로 '새 먹거리' 찾기 혈안
입력 2024.12.24 07:00
    신한·KB국민카드 CEO 교체, 하나는 은행장 영전
    지주계열 카드사 '희비' 뒤에는 신사업 성적표
    '트래블카드' 개척한 하나 따라간 지주 카드사들
    신한카드는 1위 격차도 좁혀져…혁신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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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카드사 CEO 인사에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CEO는 예상 밖의 교체가 이뤄진 반면 하나카드 CEO는 은행장으로 영전했다. 

      업계에서는 '트래블카드'로 대표되는 신규 먹거리를 창출했느냐 못했느냐가 이들 CEO의 운명을 갈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내수 침체와 시장 포화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카드사에서도 히트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례가 만들어지며, 새 CEO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박창훈 본부장을 신한카드 대표로 신규 추천했다. KB금융 또한 김재관 KB금융 재무담당(CFO) 부사장을 카드 대표로 내정했다.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는 2년, 이창권 KB카드 대표는 3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특히 이번 신한카드 인사와 관련해서는 의외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신한카드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데다 역대 신한카드 대표들은 ▲이재우(5년10개월) ▲위성호(3년6개월) ▲임영진 전 대표(5년9개월) 등 연임을 통해 임기를 이어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는 첫 2년 임기를 마친 채 물러나게 됐다. 기존 신한카드 CEO 중 연임을 하지 않은 건 문 대표가 처음이다. CEO로 추천된 박창훈 본부장 또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대표로 '고속 승진'을 한 인물로 예상이 어려웠던 인사란 평가다.

      반면 이호성 하나카드 전 대표는 하나은행장으로 '영전'했다. 상고 출신 영업맨으로 함영주 회장이 선호하는 현장형 인재란 평가도 있지만, '여행 카드' 붐을 일으킨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선보이면서 해외 점유율을 높인 것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나카드가 지난 2022년 7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는 가입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설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올초 토스뱅크가 외화통장을 선보이며 경쟁을 촉발하자 은행계 카드사들이 앞다퉈 트래블카드를 출시하면서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됐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카드에서 제일 먼저 트래블카드를 출시해 크게 성장했고, 타 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뒤늦게 따라가는 모양새였다"라며 "특히 신한카드의 경우 첫 내부 승진 인사인 문 대표가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했다는 혹평이 이번 인사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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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인사는 카드업계가 얼마나 신규 수익원에 목 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카드사들의 지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늘어나긴 했지만, 대손비용이나 마케팅비용 등을 절감해 만든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3년마다 찾아오는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 도래로 또다시 영세·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를 낮췄고, 데이터 사업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해외사업에서는 일부 카드사가 적자를 내는 등 이대로라면 카드업계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신한카드가 내부 출신 본부장의 '파격 승진'을 통해 대표로 내정한 것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신사업을 지휘하는 등 혁신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창훈 내정자는 문동권 대표에 이어 신한카드 CEO 중에서는 두 번째 내부 승진자다. 

      앞서 Payment그룹과 신성장본부, 영업추진팀 등 디지털 및 영업관련 핵심부서를 거쳤다. 내부 평판은 '카드 영업에 눈이 밝은 인재'라는 평이다. 지주 이사회에서도 '영업 역량'과 '혁신 가능성'을 가장 높게 산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문 대표의 경우 2년의 임기로는 이전 은행원 출신 대표들이 경영하던 기간 쌓인 군살을 털어내기에도 부족했을 거란 동정론도 적지 않다.  

      신한카드가 이처럼 신사업에 목을 매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와의 순이익 격차가 점점 좁혀지면서 1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카드의 경우 지주 출신 CFO인 김재관 KB금융 부사장을 추천하면서 그간 지주 출신 인사를 선임해 왔던 관행을 이어갔다. 다만 이런 인사 기조가 지속되며 지주가 바라는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KB카드는 이동철 전 대표 시절인 2018~2021년 외형이 크게 성장했던 바 있다. 다만 당시 성장은 레버리지비율을 대가로 자동차금융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거둔 성과였다. 대표 교체 후 KB카드는 자동차금융 사업을 일부 축소했고, 소매금융쪽으로 활로를 찾았지만 큰 변곡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새로운 사업 동력 및 경쟁력을 발굴했기 때문이라기보단 마른수건을 짜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지주에선 이를 성장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은행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카드사가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인 만큼 대표 교체를 통해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