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과 비교 환차익만 10% 이상
트럼프 당선인, "오피스 복귀" 강조
해외 대체투자 내년 회복세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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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초유의 감사원 감사까지 부른 연기금·공제회 해외 대체투자 부실 문제에 의외의 해법이 부상했다. 최근 탄핵 정국 속에서 환율이 급등하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가 출범을 앞두면서 자산 부실화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환율 상승으로 해외 자산들의 원화 환산 가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연기금들은 금융기관이 아니라 환율 급등으로 인한 위험가중자산(RWA)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다. 게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공무원 재택 금지령'을 내린 것도 이슈다. 골머리를 앓아왔던 미국 현지 오피스 공실률 문제가 해소될 수도 있어서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3월 이후 15년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국내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인하' 충격으로 달러강세·원화약세 현상이 심해진 영향이다.
당분간 '강달러' 추세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 가운데, 해외 익스포저가 많은 연기금·공제회들은 뜻하지 않은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해외에 투자한 대체투자 자산들의 가치가 상승한 영향이다.
당장 1년 전인 지난해 12월 19일 원·달러 환율 1304원과 비교하면, 1년만에 10%이상 상승했다. 자산을 보유하고만 있어도, 환차익으로 10% 이상의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일부 심각한 자산들에 한해 상각처리를 마쳤고, 대부분은 만기 연장에 성공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해볼만 하다는 설명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정치상황 혼란이 이어지면서 달러가 급등하고 있는데, 해외 신규 투자에는 다소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어도 기투자한 자산들의 가치는 오르고 있어 상황이 마냥 나쁘지는 않다"라며 "연기금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환율 상승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 증권사 등이 환율 상승으로 건전성 부담에 직면하고 있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반응이다. 이들은 달러화로 투자한 해외 투자 자산이 환율상승으로 인해 가치가 커지면, 그만큼 RWA가 오르며 건전성이 나빠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통주자산 혹은 영업용순자산을 늘려야 하는 부담도 갖는다. 반면 연기금ㆍ공제회의 경우 환율 상승시 달러화 표시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오르는 이점을 누릴 뿐, 자본 추가 적립 부담은 없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을 앞두고 '공무원 재택 금지령'을 선언한 점도 해외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해외 상업용 오피스 시장이 문제가 됐던 것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문화로 자리잡으며 공실률이 치솟은 탓이 컸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자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 소속) 사람들이 일하러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해고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공무원연맹과 미국 사회보장국(SSA)은 공무원들이 각 직무에 따라 일주일에 2~5일간 사무실에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담은 계약을 체결해 최대 3일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와 같은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 셈인데, 필요하다면 소송까지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대상을 공무원으로 한정한만큼, 아직 '재택 금지령'이 기업 전반으로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다만 기업인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역시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트럼프 당선인에 줄을 서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아직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유의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더 심해지지는 않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기대를 걸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