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T의 재활용 플라스틱 업체 인수,가장 주목
AI·이차전지 사라진 M&A 시장 유일한 '테마'
높은 몸값 이견 있지만…대형화 수순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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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국내 M&A 시장이 대형 딜 부재로 침체한 가운데 폐기물 산업이 두각을 나타냈다. 에코비트 매각 등 조(兆) 단위 빅딜이 잇따르면서 폐기물이 주요 거래 테마로 떠오른 상황이다.
마땅히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테마가 고갈된 상황에서 내년에도 폐기물 산업의 열기가 지속될지 관심이 집중되는 한편, 밸류에이션에 대한 엇갈린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IMM컨소시엄은 지난 12일 TY홀딩스와 KKR로부터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비트 지분 100%를 2조70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완료했다. 올해 최대 M&A 거래이자, 국내 폐기물 산업 내 최대 규모 M&A였다.
8월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제네시스PE로부터 케이제이환경 등 국내 최대 규모의 폐기물 재활용 업체를 일괄 인수했다. 총거래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해 국내 재활용 분야 M&A 중 최대 규모다.
앞서 올 초 어펄마캐피탈은 충남 당진 소재의 국내 최대 매립 용량을 가진 제이엔텍 지분 51%를 2600억원에 인수했다. 글랜우드PE는 부방그룹 수처리 자회사 3곳을 지난 11월 2600억원에 인수했다.
관련 매물은 계속 출회하고 있다. 최근 ‘폐기물 대어’가 또 매물로 나왔다. 아이에스동서와 E&F PE는 공동 보유 중인 폐기물 업체인 코엔텍과 코어엔텍 통매각에 나섰다. 합산 기준 몸값이 1조원 후반~2조원에 달한다. 코엔텍은 울산에 위치한 영남 지역 최대 규모의 폐기물 소각업체다. 코어엔텍은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 내 위치한 폐기물 소각 전문 업체다.
M&A 시장에 마땅히 주목할 만한 테마가 없는 상황이라 폐기물 관련 M&A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딜은 적어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딜들이고, 내년에 먹고 살 포트폴리오는 올해 준비가 돼야 했었는데 신규 소싱한 딜이 거의 없다"며 "AI나 이차전지도 식상하고 그나마 화장품 딜들이 되고 있지만 산업 규모가 크지 않아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 관련 사업은 공급과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시장인 점에서 안정적인 인프라성 투자라는 설명이다. 인허가 규제가 있다 보니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려운데, 폐기물 처리·재활용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 산업 가치사슬은 수집과 운반, 재활용과 재처리, 소각, 매립으로 분류되고, 이 중 소각과 매립의 영업이익률이 10~30%대로 높은 편이다.
폐기물 사업은 인프라성 딜로 분류가 되면서 미국에서도 평균적으로 EBITDA 배수가 10배 내외로 책정이 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10~13배 정도가 인정되고 있다.
다만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장 내 엇갈린 시선은 여전한 분위기다. 올해 국내 PEF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딜인 제네시스PE의 재활용 플랫폼 매각은 EV/EBITDA 멀티플이 수십 배가 적용됐다는 후문이다.
EQT가 유럽계 PEF인 만큼 유럽에서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전망을 확인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럽에서는 EU(유럽연합)를 필두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및 포장재 폐기물 감축을 위한 재활용 강화 규제가 마련되고 있다. 재활용 산업에서 앞서가고 있는 유럽의 상황을 보고 국내에서도 기회를 앞서 보고 있을 것이란 평이다. 단기 엑시트보다는 인프라성 투자로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투자했을 것이란 시선이 많다.
한 PEF 대표는 "폐기물 테마가 워낙 인기니 스터디는 여러 차례 했지만, 이쪽에 특화된 하우스가 아닌 이상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아 드롭하기도 했다”며 “국내에서 폐기물이나 재활용 사업이 계속 커지긴 하겠지만, 갈 길이 멀다 보니 미래 가치를 본다고 해도 지금 ‘그 정도를 줘야 하나'는 눈높이 차이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폐기물 시장이 대형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에 폐기물 처리 관련 업체들은 영세 업체들이 다수였다. 일부 대형사인 에코비트나 코엔텍 등 외에는 개인 소유 사업장이 많다.
제네시스PE도 케이제이환경 등 수도권에 있는 다수의 재활용 업체 여러 개를 묶어 소위 ‘대박’을 치게 된 사례다. 제네시스PE는 영세 재활용 업체들을 하나둘 인수했고, 노후화된 시설을 고도화하고 효율성을 높여 플랫폼화했다.
미국의 경우 폐기물은 대형 업체들이 8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IMM이나 EQT 등 대형 PEF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대형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IMM 컨소시엄 측은 에코비트 인수 이후 기존 사업영역인 수처리, 매립, 소각에서의 설비투자와 함께 신규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재활용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볼트온(Bolt-on)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전망이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매립·소각 등 폐기물 처리 사업이 고도화되면서 대규모로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점차 ‘돈이 되는’ 비즈니스가 되고 있기 때문에 대형 펀드가 들어가고 대형화가 이뤄지는 것이 수순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