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모녀 측 승리로 사실상 종결됐다. 장남인 임종윤 사내이사가 지분 일부를 모녀 측에 매각하면서 모녀 측이 의결권 기준 3분의 2 이상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하게 됐다. 한편 이번 가족 간 분쟁을 거치면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8%을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26일 한미약품그룹 최대주주 연합인 4인연합(신동국, 송영숙, 임주현, 라데팡스파트너스)측은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주주(사내이사)가 보유한 지분 일부인 341만9578주(5%)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신동국 회장이 205만1747주(3%), 라데팡스가 136만7831주(2%)를 각각 인수한다. 주당 매각 가격은 3만7000원이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다음달 27일이다. 

이번 거래 전 임 이사는 지분 11.79%를 보유하고 있었고 5%를 매각하면서 6.79%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4자연합 측은 이번 임 이사와의 합의로 양측이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의 거버넌스 안정화 ▲ (전문경영인 중심)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4인연합 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거버넌스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오랜 기간 주주가치를 억눌렀던 오버행 이슈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임종윤 주주도 4인연합에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형제 연합이 깨지면서 사실상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은 모녀 측의 승리로 끝났다는 분석이다. 송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이달 23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 49.42%를 보유하고 있다. 임 이사가 보유한 지분 5%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4자 연합과 우호세력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지분(전체 의결권 지분 중 3분의 2 이상)을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10명으로 4자 연합 측 인사가 5명, 임 이사 측 인사가 3명,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측 인사가 2명이다. 기존에는 4자 연합과 형제측 인사가 5 대 5인 구도였다. 하지만 임 이사가 4자 연합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실상 주총에서의 분쟁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4인연합과 임종윤 주주는 상호간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 고발은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최근 서울 강남, 송파경찰서 등에 제출된 한미약품그룹과 관련한 고소·고발 건이 서울경찰청으로 전부 이송된 바 있다. 회사 자체뿐 아니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등 개인이 직접 고소·고발에 나서기도 하는 등 갈등이 격화하자 직접 수사에 나서려던 것이다. 

가족간의 주요 분쟁이 일단락된 한편 이번 오너일가 분쟁 국면을 거치면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가장 핵심적인 주주이자 경영진으로 떠올랐다. 이번 주총을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두 회사의 이사진으로 입성했고, 각 회사에서 개인 주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갖게 됐다. 

23일 기준 신 회장은 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14.97%을 보유하고 있었고, 약 3%를 임 이사로부터 추가 매입하면서 약 1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해당 지분은 오너 일가인 송영숙(4.54%), 임주현(7.57%), 임종윤(거래 후 6.79%), 임종훈(7.85%)이 보유한 각각 지분보다 훨씬 많다. 라데팡스(킬링턴 유한회사)는 이번 거래 후 약 7%를 보유하게 된다.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또한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한미사이언스가 41.42%를 보유하고 있고, 신동국 회장 7.72%, 한양정밀이 1.42%를 가지고 있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