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내년 2兆 쏟아 붓는다지만, '초토화' 지방 부동산, 양극화만 심화 우려
입력 2024.12.27 07:00
    국민연금, 국내 부동산에 2조원 투자 한다지만…수도권 쏠림 우려
    지방 건설사 잇단 부도·개발사업 중단…부동산 양극화 심화 현상
    롯데·KT 등 지방 자산 매각 나섰지만 '팔리지 않는 매물'이란 평가
    국토부 최우수 사례 남원주시 역세권 개발도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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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내년 국내 부동산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부동산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어차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에만 투자자금이 몰리고, 지방 부동산은 외면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까닭이다. 

      현제 지방 현장의 경우 한때는 유망했던 곳이라도 오피스 매각은커녕 시공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여파로 지방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부동산 자금 투입에도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다.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내년 국내 부동산 출자 규모를 2조원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내년 국내 부동산에 7500억원 출자를 위해서 운용사 선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와 별도로 추가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집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 자금을 받은 곳들은 추가로 매칭해서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만 10조원이 넘는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개별 출자 건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국내 부동산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으론 금리 인하와 맞물려 국내 부동산 투자 적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다른 한편으론 외국계 부동산 운용사들과 경쟁에 맞서 국내 운용사를 키우고 우량한 국내 부동산을 해외자본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부동산은 해외 운용사들이 상업용 오피스뿐 아니라 임대주택 등 주거용에도 진출하는 등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부동산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해당 자금은 국내 트로피 에셋인 도심권 오피스와 일부 정도가 데이터센터 등 요즘 ‘핫’한 투자처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해당 투자처는 해외 운용사들도 탐내는 자산인 만큼 경쟁 격화로 이들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반해 지방 부동산 소외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출자를 처음 받는 운용사들 입장에선 수익률 높이기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는데, 이런 맥락에서 지방 물건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 규모 확대가 일부 대기업의 '구세주'가 될 거란 전망도 있었지만, 역시 수익률 이슈로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제기된다. 현재 롯데, KT 등 대기업들은 지방 오피스 등 사업장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간 투자 수요 격차가 상당하다"며 "지방 대도시 중심지 건물들도 한때는 시행사들의 개발 수요가 있었지만, 최근 분양 경기 악화로 그마저 끊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우량 자산을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는 조건이 아니라면 KT 등 대기업이라도 지방자산을 처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현지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건설사 27곳이 부도가 났는데 이중 85%가 지방 건설사다. 전북 시공능력 4위인 제일건설, 부산 시공능력 7위인 신태양건설이 부도가 나는 등 중견 지방 건설사로 부도가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 국토교통부 주관 ‘2024지역개발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남원주역세권 개발도 2020년 분양을 시작한 상업용지, 업무용지, 특화용지에 신축 건물이 들어서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탓으로 상업용 오피스 건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원주시에 건설 규제 개선 요구도 커지고 있다. 

      지방은 오피스를 내놔도 살 곳이 없고, 시공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지방 오피스 매각이나 시공을 위해서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딱히 이런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오세훈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서울시가 먼저 주도적으로 규제 철폐에 나서고 있는 판국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대규모 자금을 풀어서 국내 부동산 운용사를 키운다면 결국 핵심지역의 오피스 가격 상승만을 더욱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오히려 국내 부동산 문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극대화하고 있는 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