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이링크 상장예심 '넉 달째'....계열사 상장도 줄줄이 지연되나
입력 2024.12.27 07:00
    거래소 심사 장기화에 LS이링크 사업성 의문론 제기
    증시 불확실성에 상장 연기가 낫다는 관점도
    LS이브이코리아 등 타 계열사도 '대기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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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거래소의 LS이링크 상장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네 달째 이렇다할 결론이 나오지 않은채 차일피일이다. 업계에선 거래소가 LS이링크의 사업구조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LS이링크의 증시 입성이 늦어지며, 상장을 대기 중인 LS 계열사들의 일정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LS이링크는 지난 8월 22일 거래소에 상장 예심을 청구했으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LS그룹은 올해 안에 LS이링크 상장을 계획했으나 거래소 심사가 늦어지며 연내 상장이 불가능해졌다. 

      업계에선 거래소가 LS이링크의 사업구조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거래소 심사 지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해도 4개월 이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예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LS이링크가 거래소의 눈높이 대비 지나치게 높은 밸류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LS이링크는 버스, 화물차 등 대형 운수 고객을 중심으로 충전 서비스를 매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영위하고 있다. 제조업이 아닌 B2B 플랫폼 사업에 가깝다는 평가다. 

      앞서 거래소는 LS이링크의 사업구조에 대해 면밀한 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LS이링크의 매출 대부분은 관련 사업자와 합작법인(JV)으로 설립한 충전소에서 나온다. 회사측은 신규 고객 확보에 유리한 전략인 데다 EV 충전소 설치 이후 운영까지 책임지는 구조라는 입장이지만, 흔치 않은 모델인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LS이링크는 충전기를 만들거나 A/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닌, 사업체와 사업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업"이라며 "직원 수도 20여명 수준으로 적고 사업 특성상 높은 밸류를 받긴 쉽지 않은 기업이지만 아무래도 LS그룹에서 원하는 눈높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황이 LS이링크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는 12월 들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덩달아 공모주 시장도 냉각을 넘어 침체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상장을 늦추는 편이 더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10월 중순 이후 공모주 시장이 냉각된 데다 계엄사태 이후 탄핵정국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며 다수 기업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심사 철회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LS이링크의 상장 계획이 지연되는 건 그룹 입장에서 좋은 상황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타 LS계열사들의 상장도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S그룹은 심사 진행 중인 LS이링크와 주관사 선정을 마친 LS이브이코리아를 비롯해 LS MnM, LS엠트론 등 상장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3월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인터배터리 2024'에서 LS이링크와 LS MnM 상장 사이에 1~2개 정도 계열사 상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주관사 선정(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을 마치고 상장을 준비 중인 LS이브이코리아의 상장 일정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LS이브이코리아 상장은 이번이 두 번째 도전으로, 2020년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침체로 상장을 철회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S이브이코리아는 LS이링크의 상장 결과를 보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LS이링크의 일정에 따라 향후 계획이 정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LS그룹 측은 원칙적으로 LS이링크 상장 예심 결과 지연과 타 계열사 상장은 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IPO 일정은 개별 법인과 주관사의 판단에 따른다는 것이다. 

      다만 실질적으로 심사 권한을 쥐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동일 그룹 계열사의 상장 동시 진행에 부정적인 입장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결국 LS이링크의 상장 속개 여부가 정해져야 타 계열사가 일정을 잡을 수 있을거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LS그룹 측은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라 거래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