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지분 매입 위한 사전 포석 해석도
글로벌 공략 위한 K-뷰티 브랜드 물색 중
지배구조 강화로 CJ지주 승계 밑그림 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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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이 최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주식발행초과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 곳간 확충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이번 재원 확대가 향후 자사주 매입과 배당 재원 확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J그룹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올리브영의 기업가치 제고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는 시선에서다.
CJ올리브영은 이달 12일 임시 주총을 열고 임원직급체계 변경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의 건과 함께 주식발행초과금에서 25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에는 재무적투자자(FI)였던 글랜우드PE 지분매입 여파가 있다. CJ올리브영은 올해 4월 글랜우드PE가 보유한 지분(22.56%) 총 7800억원 규모의 절반을 자사주로 매입했고, 나머지는 신한은행이 참여한 SPC(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인수했다. 사실상 절반은 자사주로, 절반은 신한은행의 지분담보대출 형태로 재원을 조달한 구조다.
CJ올리브영은 글랜우드PE 지분을 되사는 과정에서 이익잉여금 약 4000억원을 활용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CJ올리브영의 이익잉여금은 5529억원이었으나, 4000억원이 빠지면서 1529억원만 남게 된 상황이다.
상법상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배당가능이익이 필요하다. 이익잉여금은 배당가능이익 산정의 주요 요소다. 투자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이 신한은행(SPC) 보유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익잉여금 확충은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CJ올리브영은 SPC가 보유한 지분(11.3%, 약 3900억원 규모)에 대해 3년 내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SPC에 매년 지급하는 배당금은 170억원, 이자비용은 350억원(이자율 8.9%)에 달한다. 이익잉여금 활용으로 콜옵션을 행사하면, 이러한 재무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으면서 CJ그룹의 올리브영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대해 CJ올리브영 측은 "여유재원확보 차원에서 주식발행초과금 25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향후 이익잉여금 활용에 대해서는 검토되거나 확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CJ올리브영의 실적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고, 순이익은 1249억원으로 22%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온라인 매출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플래그십 매장 운영 확대와 객단가 상승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해외 매출을 견인하는 것은 주로 H&B(Health & Beauty)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올리브영은 올해 5월 일본 법인을 설립했고, PB(자체브랜드) 수출 확대도 준비 중이다. 바이오힐보, 브링그린, 웨이크메이크 등 자체 브랜드 비중은 현재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이에 CJ올리브영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뷰티 브랜드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PEF) 대표는 "올리브영이 올해부터 시장에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을 대상으로 멀티플 4~7배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며 인수를 제안하거나, 지분 절반을 매입해 함께 키워보자는 식으로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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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11.04%),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4.21%) 남매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다. 올해 초 글랜우드PE 지분 매각 당시 거래 규모는 총 7800억원으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3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실적 호조와 성장성을 감안하면 현재는 이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투자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을 두고 장기적으로 지주사(CJ)의 흡수합병이나 주식교환을 통한 지배구조 단순화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는 오너3세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면서도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복안이다. 현재 지주사 CJ㈜에 대한 지분율은 이재현 회장(42.07%), 이선호 실장(2.87%), 이경후 실장(1.27%) 순이다.
지주사와의 합병은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올리브영의 높은 수익성이 지주사의 실적에 직접 반영돼 지주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남매가 보유한 올리브영 지분이 지주사 지분으로 전환되면서 그룹 전반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과거 거론됐던 상장 방안도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주사와의 합병이 승계 과정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비상장 상태에서 합병할 경우 주식가치 산정의 자율성이 더 크고, 이는 상속세 측면에서도 이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의 실적과 성장성을 감안할 때, 이번 자본구조 변경은 향후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특히 그룹 승계 과정에서 올리브영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