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진해진 지역색채...농협금융 회장·계열사에 '경상도' 라인
입력 2024.12.30 07:00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농협금융 회장 선정
    '고심' 거듭하던 농협금융 회장에 외부 관료 출신
    문재인 정부 초기 경제정책 세운 인물로 꼽혀
    지주회장·계열사 대표에 '경상도' 지역색 짙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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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수민 기자)

      농협금융지주 회장 및 계열사 대표 선임이 마무리된 가운데, '강호동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경남 출신들이 대거 등용되면서 지역 색채가 더욱 진해진 모양새다. 한편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내부 출신 가능성이 거론됐던 지주 회장에는 또 다시 외부 관료 출신이 임명됐다.

      농협금융지주는 2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20일 임추위에서 계열사 대표를 추천한 뒤 일주일 만에 농협금융 최고경영자(CEO) 내정이 완료됐다.

      이 전 수석부원장은 1966년 부산 출신으로,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1기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복지경제과장, 기재부 경제정책부장과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지냈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정부와 코드가 맞는 경제관료들을 회장에 내정해 왔다.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흠집 없는' 내부 출신 선임 가능성이 물망에 올랐지만, 임추위는 이번에도 관료 출신 외부인사를 택했다.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쥐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특성상 정부 등 외부와 밀접한 소통이 가능한 외부 관료 출신을 선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정국 변화로 인해 관료 출신의 '색깔'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당초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은 경제 관료가 물망에 올랐지만, 탄핵 정국 이후 이전 정부 출신들로 초점이 옮겨간 것이다. 실제로 이찬우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 차관보를 지낸 인물로 문 정부 초기 경제정책을 세운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2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에서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엿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수석부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강 회장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남 출신 인사다. 앞서 발표한 농협금융 계열사 CEO에도 경상도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해 논란이 됐다.

      농협은행장에 내정된 강태영 농협캐피탈 부사장은 진주 출신으로 대표적인 '강호동 라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농협생명 대표로 내정된 박병희 농협생명 부사장은 대구 출신, 농협손보 사장에 내정된 송춘수 농협손해보험 부사장은 마산 출신이다.

      강 회장의 인사권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주체가 없어지며 예견된 결과란 분석이다. 강 회장의 금융지주 계열사 인사 개입에 문제를 삼았던 금감원이 최근 들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며 이복현 금감원장의 영향력 또한 애매해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신경분리가 이뤄지면서 농협금융지주가 독립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됐지만 이는 이상론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가지고 있고, 이사회에 비상임이사를 추천해 중앙회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사실상 중앙회의 의중이 인사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계열사 대표는 퇴임한 인사로 꾸려지면서 낙하산 논란도 나왔다. 농협생명 사장으로 내정된 송춘수 전 농협손해보험 부사장, NH저축은행 사장으로 내정된 김장섭 전 농협생명 부사장은 퇴임 이후 다시 복귀해 대표로 내정됐다.

      다만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갖춘 인물을 선임하면서 직접적인 논란은 피해갔다는 평가다. 앞서 강 회장이 지난 4월 NH투자증권 대표 추천 당시 증권업 경력이 없는 후보를 추천해 문제가 됐던 만큼 이같은 논란은 최소화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인사를 통해 중앙회가 여전히 농협금융 인사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 전 수석부원장에 대한 후보자 공식 발표 및 취임은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 2월경 이뤄질 예정이다. 이석준 현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마무리됨에 따라 이재호 전략기획부문장(부사장)이 회장직을 대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