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자본비율 우려 및 정권 교체 우려 등 겹쳐
상법개정시 은행주 발목 잡던 관치 리스크 해소 기대감
경제계 및 여당 반대에 실제 개정까지는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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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가 계엄 사태 이후 급락하며 대표적인 '밸류업 피해주'로 거론되고 있다. 탄핵정국에 들어선 가운데 정권 교체 시 밸류업 정책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가운데, 외국인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를 이탈한 영향도 받았다는 평가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야당이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을 주목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인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주의 발목을 잡았던 '관치 우려'가 일부 해소될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국내 주요 은행주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은행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지난 12월 3일 969.26에서 꾸준히 하락해 23일(오전 11시 기준) 857.65까지 11.8% 하락했다.
KRX은행지수 하락폭은 같은 기간 코리아 밸류업 지수(-2.70%) 뿐만 아니라 KRX 300(-3.01%) 및 KRX증권(-7.12%), KRX보험(-9.64%), KRX건설(-7.12%) 등과 비교해 가장 컸다.
이러자 은행주가 밸류업 '수혜주'에서 '피해주' 신세가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올들어 은행주가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정권이 바뀌면 밸류업 추진동력을 상실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정권 교체 우려가 '밸류업 수혜주' 및 '밸류업 모범생'으로 꼽혀 왔던 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지속성에 대한 우려러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우려 등으로 이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점도 주가 하락에 힘을 보탰다.
이러자 일각에선 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여당이나 경제계의 반대가 거세지며 통과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이지만, 통과 시 은행주를 둘러싼 '관치 우려' 등이 일부 해소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상법개정안의 골자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뒀다는 이유로 은행권에 비용을 요구하는 '횡재세' 등의 변수가 줄어들 거라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은행들은 고금리로 최대 실적을 내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감내해와야만 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약 2조원 규모의 이자 캐시백(환급) 지원을 요구하면서 규제 리스크가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권은 23일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와 함께 '민생금융 시즌2'로 불리는 소상공인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물론 이자를 현금 지원했던 작년 방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업계에선 이같은 은행권 지원이 정례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상법 개정 시 적어도 은행권이 거둬들인 이자수익 일부를 환원하는 형태인 '횡재세'나 이자 캐시백 형태로의 자금지원은 어려워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이 통과해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은행권에 민생금융 지원을 요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은행 경영진들의 밸류업 이행 의지가 높은 데다, 상법 개정 시 금융지주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 리스크도 해소되면서 은행주 밸류업이 지속 추진 가능한 기반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다만 상법 개정까지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는 점은 변수다. 산업계가 법 개정 시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고, 여당 또한 적용 대상을 좁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또한 탄핵정국에서 무작정 상법개정안을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탄핵 국면이기 때문에 야당이 강행 추진하는 쪽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