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검토, 내부정리 이후에나 가능할 듯
롯데카드 인수가 업계 순위 바꿀 수 있지만
업황 악화·높은 몸값 등은 여전히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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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연말 인사에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교체되면서 롯데카드 매각도 판도를 예상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혼란스러운 내외부 환경을 고려하면 일단 내부 정리가 앞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불리한 카드사 업황과 몸값 눈높이 차이와 여기에 더해진 거시경제 불안이 롯데카드 매각 성사의 걸림돌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 금융지주들이 ‘카드사’에 조 단위 투자에 나설 지는 안갯속이라는 평가다.
신한금융지주는 박창훈 신한카드 페이먼트그룹 본부장을 신한카드 차기 사장 후보로 내정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달 초 예년보다 2주가량 빠르게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했지만, 임원인사는 이달 말인 26일에야 발표했다. 본부장급이 대표로 직행하며 내부 ‘교통 정리’가 필요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KB국민카드는 '2+1' 임기를 모두 채운 이창권 현 대표가 물러나고, 김재관 KB금융지주 재무 담당(CFO) 부사장이 신임 대표 후보로 내정됐다. 김 부사장은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카드 사장에 사상 처음으로 그룹 외부 인사를 선임했다.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추천된 진성원 후보는 1989년 삼성카드 입사 뒤 현대카드, 롯데카드를 거치며 카드 업계에서 30여 년 동안 일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추천되면서 하나카드 사장에는 성영수 하나은행 부행장이 추천됐다.
예상 몸값이 조 단위 매물인 롯데카드는 사실상 기대할 수 있는 인수 후보자로는 사실상 자금력을 갖춘 금융지주들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결국 금융지주들의 인수 의지가 매각 성사 여부를 가를 가능성이 큰데, 올해 말 4대 은행계 카드사의 수장이 모두 바뀐만큼 지주 역시 당분간 시장 상황 및 카드사 내부 개편 방향성을 우선 지켜볼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수장들이 모두 바뀐 상황이라 당장은 롯데카드 인수 관련 얘기가 나오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내부 정리가 되고 나서야 M&A 검토에 나설 여유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경제도 좋지 않고 업황도 어려워서 변수가 많아 보였는데, 금융지주 카드사 대표도 다들 교체가 된 상황이라 롯데카드 매각이 본격화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내년 초까지는 수많은 변수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가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검토할 유인이 있는 매물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확장'이라는 테마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카드업' 확장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는 다른 문젠데, 과거에 비해 투자 의지가 여전한지가 핵심이다. 플랫폼 사업 등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주요 카드사들의 수장이 대거 교체된 배경으로도 언급된다.
결국 남은건 매각자인 MBK측이 금융지주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 '판 흔들기'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다. 만약 2위인 KB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카드 업계 1위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 입장에서는 ‘1위 수성’을 위해 인수전 참여 여부를 타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비은행 확장에 관심이 큰 하나금융을 어떻게 끌어들일지도 변수다. 하나금융은 롯데카드가 처음 매물로 나왔던 2019년에도 입찰에 참여했고, 2022년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에 나섰을 때도 인수전에 참여하며 관심을 보였다. 다만 당시에도 가격에 대한 견해차가 커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여전히 금융지주들과 매각자의 몸값 시각 차이는 큰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매각 가격으로 2조원대 이상의 가격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하나금융 외에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했던 한 원매자 측에서도 경영권 지분 60%에 2조원대의 몸값이 ‘과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카드업 전망이 더 어두워진 현 시점에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할 거란 전망은 많지 않다.
매각 규모도 유동적이라는 평가다.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는 롯데그룹 지분 20%와 신사업 확장이 발목잡힌 우리은행 지분 20%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 잔여지분까지 인수하려면 총 투입 금액은 3조원 이상으로 불어날 수도 있다.
카드 사업 환경이 낙관적이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특히 내년 2월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최대 0.1%P(포인트) 인하, 카드사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어 카드사의 주요 과제로 재무 건전성이 꼽히고 있다. 정치적 변동성과 환율 등 거시경제 불안으로 내수 침체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들도 단기간 내 조 단위 M&A의 의사 결정을 내리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