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자산 담기엔 펀드 규모 작고, 매물도 없다"
물류센터·데이터센터 등 플랫폼 투자에 초점 맞춘 듯
2조원 풀리고 운용사 경쟁까지…가격 상승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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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새해 국내 부동산 투자 대폭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자금을 집행할 운용사나 투자할만한 코어 자산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오피스나 호텔 등 전통 부동산 자산보다는, 데이터센터나 물류센터 등에 투자가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새해 국내 부동산 코어플랫폼(Core-Platform) 펀드에 1조원 이상을 출자해 약 5~6곳의 운용사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운용사 3곳에 총 7500억원을 출자한다는 계획으로 위탁운용사 선정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의 제재심이 예정돼 있는 마스턴운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대형 부동산운용사가 제안서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추가 출자가 실제로 집행된다면, 8~9곳의 운용사에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풀리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매칭 자금까지 합치면 시장에 쏟아질 자금 규모는 이보다 더욱 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부동산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출자 규모를 늘릴 만큼 투자할 코어 자산이 많은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코어 전략은 서울 주요 업무 권역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 등에 투자해 10% 미만의 수익률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5000억원 이상에서 1조원대 자산들에 주로 투자한다. 운용사 총 8~9곳이 경쟁해서 투자할 만큼의 코어자산이 서울 도심 내에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펀드 규모가 너무 작다는 운용사들의 불만도 존재한다. 코어플랫폼 운용사는 3400억~5000억원 규모 (연금 출자 25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데, 이 규모로는 코어 자산을 1~2개 이상 담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펀드의 차입한도는 건별 LTV 65%, 전체 LTV 60% 이내다. 지난해 CBD 평균 거래가 3.3㎡당 3000만원대 중반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펀드 하나로 다양한 자산을 담는 블라인드 펀드 형태가 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선 국민연금의 집행 자금이 '코어' 보단 '플랫폼' 투자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에서 국민연금은 주요 투자대상으로 ▲Core 투자전략 실행이 가능한 국내 New Economy(IDC, 도심형 물류, Self-Storage, Life Science 등) 자산 30% 이상 ▲오피스, 리테일, 호텔 섹터 70% 이하 라고 명시했다.
펀드 규모가 코어 자산을 담기엔 규모가 작은데다 추가 출자를 통해 사실상 8~9곳의 운용사가 해당 펀드를 운용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코어 투자 전략보다는 투자 자산과 운용사 풀 다양화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연금이 총 8~9곳의 운용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인데, 펀드 규모가 코어를 담기엔 작고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 등의 뉴이코노미를 강조한 것을 보면 이번에 연금이 오피스 말고 다른 자산에 투자하길 원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탁운용사와 국민연금의 출자금액이 커지면서 국내 부동산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 약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풀리는 동시에, 여러 운용사가 자산을 담기 위해 경쟁하다보면 부동산 가격은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도심형 물류나 데이터센터같은 자산을 프로젝트펀드 방식으로 투자하긴 무리라고 판단해 고심 끝에 코어-플랫폼 펀드를 결성한 것 같다"며 "코어자산이 5000억~1조원 사이라면 해당 펀드로 자산을 담기엔 무리지만, 물류센터 등은 1500억원 정도로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