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1540억 직전해比 2배 이상 많은 규모
금리 메리트 부각에도…커지는 수급 부담
A급 회사채와 경쟁까지…미매각 우려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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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자본 확충을 통한 건전성 강화가 목적인데, 새해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보험사들이 발행하는 자본성증권은 신용등급이 금융지주나 은행 대비 열위에 있는 탓에 통상 리테일에서 소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2024년의 경우 물량이 시장에 과도하게 풀려 수급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새해부터는 일부 미매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4년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은 7조2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해 총액인 3조154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구체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이 2조300억원, 후순위채가 5조2500억원 발행됐다.
자본성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이다. 보험사들이 이러한 자본성증권 발행을 대폭 늘리며 자본 확충에 나선 까닭은 2023년 도입된 자본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킥스) 비율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 17) 하에서는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데, 시장금리가 내려갈 경우 부채가 증가하고 자본이 감소해 건전성 비율 악화로 이어진다. 새해부터는 보험 부채 할인율 현실화와 무·저해지 상품 회계처리 변경 등 킥스 비율 하락과 직결되는 규제 강화가 예고된 점도 부담이다.
새해에는 또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시장금리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만큼, 보험사들의 조달 필요성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새해에도 보험사들이 2024년 발행 규모에 육박하는 자본성증권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킥스 비율 관리를 위해 하반기 집중적으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새해 상반기까지는 추가 조달 니즈가 이어질 것"이라며 "7조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새해에도 발행량이 6조원 이상 규모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은 시장에서 무난하게 소화되고 있지만, 하반기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수급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라는 평가다.
보험사뿐만 아니라 은행과 금융지주들도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열위에 있는 보험사들은 기관보다는 리테일 수요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나마 2024년에는 금리 메리트에 힘입어 리테일 수요가 비교적 견고하지만, 새해부터는 일부 미매각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하반기 주요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은 흥국화재를 제외하고 대부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목표치는 달성했지만, 증액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요를 받았다. 추가청약에서도 증액 목표치만큼 수요를 모집하지 못한 물량은 주관사들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발행이 이뤄졌다.
수급 부담이 가중되면서 보험사들은 희망 금리 밴드 상단을 비교적 여유롭게 가져가는 등 금리 메리트를 더욱 부각하시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무작정 금리를 높이기에도 이자 등 부대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 금리는 4~5% 수준에서 형성돼있는데, 운용 수익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성증권은 일반 회사채 대비 투자자 수요가 제한적이다. 이제 연초효과에 힘입어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들의 발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자본성증권에 대한 수급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은 리테일 창구에서도 일반 회사채보다는 수요층이 제한적인데, 2024년에는 하반기에 물량이 집중적으로 몰리다 보니 수급 부담이 커졌다"라며 "새해에도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시간 없이 연초부터 발행이 이어진다면, 2024년과 달리 일부 미매각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