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은행권 '자존심 싸움' 된 경기도금고...금리 인하기 역마진 우려도
입력 2025.01.02 16:06
    1금고 농협은행 수성…2금고는 하나은행
    40조원 운용 기회에 은행권 "웃돈은 기본"
    기준금리 오른 데다 은행권 경쟁까지 붙어
    금리인하 속도 가팔라지면 손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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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금고 1금고에 NH농협은행이, 2금고에 하나은행이 선정된 가운데 결국 출연금과 제시 금리가 당락을 갈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실리보다는 자존심 측면에서 '수주'에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출혈경쟁이 금리 인하기에 결국 은행권 역마진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는 지난달 31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제1금고로 NH농협은행을, 제2금고를 하나은행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2025년 4월 1일부터 2029년 3월 31일까지 4년 동안 도 재정 관리를 맡게 된다.

      농협은행은 1금고 수성에 성공하면서 1999년 이후 줄곧 경기도금고를 지키게 됐다. 반면 2금고에서는 하나은행이 기존 KB국민은행 대신 새로운 금고지기가 됐다. 앞서 1금고에는 농협·국민·신한은행이, 2금고에는 KB국민·IBK기업은행·하나은행이 경쟁했다.

      이번 금고 경쟁도 '쩐의 전쟁'이 됐다는 평가다. 대규모 출연금은 사실상 기본으로 깔고 가는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경기도금고가 서울시 다음으로 운용 규모가 큰 데다가 향후 몇 년 동안 이같은 규모의 지자체 금고 입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경기도금고의 협력사업비 규모는 1금고(농협은행) 800억원, 2금고(국민은행) 210억원 등 총 1010억원이었다. 금고 규모가 경기도의 3분의 1인 14조원에 불과한 인천광역시(1235억원)보다도 적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 한 경기도의회 의원은 '협력사업비가 타 지자체에 비해 낮은 수준인만큼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입찰에서 주요 은행들은 기존 협력사업비 대비 3배 이상의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8조원 규모 금고 운영에 3000억원의 협력사업비를 제시 받은 서울특별시 수준의 경쟁이 이뤄진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경기도가)가능하면 기존의 거래 관계를 깨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출연금은 당연히 많이 써야 하는 걸로 보고 많이 적어냈다"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금리 경쟁에도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다. 직전 경기도금고 입찰이 있었던 2020년보다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은행들이 제시한 금리 수준이 크게 오른 데다가, 은행별 경쟁까지 붙으면서 과열 양상을 띠었단 설명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3.0~3.2%대에서 형성돼있는데, 이보다 수십 bp(1bp=0.01%p) 높은 수준의 금리가 제시됐다는 것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4.0~4.5%대에 형성돼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4% 이상 금리 제공 상품은 추후 역마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자 은행간 경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접어들게 되면 은행들의 손실 폭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경기도금고 경쟁은 이익보단 '자존심 싸움'에 가까웠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기도금고 하나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에 따라 은행 임원들의 자리가 왔다갔다 하는 큰 경쟁"이라며 "이것저것 쓰다 보면 생각만큼 이익이 많이 남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폐쇄적인 심사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은행들이 각 항목을 채워서 제출하면 심사 당일에 봉투를 열어서 결정하는 구조다 보니 은행들이 지자체에 제시한 금융 지원 방안이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금리나 출연금 등에 더욱 목매게 될 수밖에 없다는 토로도 나온다.

      은행권 한 고위 관계자는 "여러가지 금융 지원책을 전달했는데 지자체 입장에선 '은행들이 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라며 "단순한 금리나 출연금 외의 요소들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