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로 임대주택 성장동력 확보
정권 교체시 外人 투자 제한 우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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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자본이 한국의 임대주택 시장을 새로운 투자처로 낙점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필두로 하인스, M&G리얼에스테이트 등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월세 상승에 따른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을 노린다는 전략인데,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서울 강동구 '지웰홈스 라이프 강동'(133실)을 시작으로 금천구 독산동(195실), 성북구 안암동(60실) 등에서 임대주택을 매입 및 운영 중이다. 총 투자금액은 약 7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임대주택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KKR은 2024년 상반기 홍콩계 공유주거 기업 위브리빙과 손잡고 영등포구 양평동 호텔을 프리미엄 레지던스로 전환했고, 동대문구에는 '위브플레이스 회기'(98실)를 선보였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는 부동산 전문기업 홈즈컴퍼니와 30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하고 서울 강남과 가산, 명동 일대에서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해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하인즈(Hines)도 2024년 하반기 처음으로 신촌역 인근에 106세대 규모 오피스텔을 매입하면서 국내 임대주택 사업 투자를 시작했다.
한국 임대주택 시장의 외국계 자본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M&G리얼에스테이트는 아시아 주거펀드를 통해 신년 상반기 서울에서 대규모 임대주택에 투자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그외 티시먼, 블랙스톤 등도 국내 주거용 오피스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자본이 임대주택 시장에 주목하는 배경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우리나라의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월세 전환이 점차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의 45.1%가 월세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2022년 대비 8.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1인가구 비중이 오는 2030년엔 70%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통계청 수치를 반영하면 월세 가구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수도권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 수익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임대 수익률은 올해 3분기 기준 4.87%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속하는 원화 저평가 현상은 외국계 자본 유입을 부추키고 있다. 지난 1년간 원-달러 환율은 1300원선을 간신히 넘기다가 최근에는 1470원선을 돌파하며 급등했다.
같은 기간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정점을 지나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서울 CBD(도심권역)를 중심으로 오피스 시장의 성장 모멘텀이 사라지고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임대주택 시장이 대안적 투자 영역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성장이 정체된 상업용 부동산과 달리 임대주택 시장은 아직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상업용 오피스 시장의 포화와 수익성 둔화로 인해 외국계 자본이 새로운 투자처로 물색한 것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이라며 "임대주택 사업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5~6% 수준의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제공하면서 10년 후 매각차익을 낼 수 있는 장기 투자처라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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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실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인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수백 세대의 보증금 관리, 세입자별 관리비 정산, 연체 관리 등 복잡한 업무로 인해 현장 담당자들의 부담이 크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전문 운영사(OPCO)에 아웃소싱을 하지만, 내부 관리 인력 확보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수익성 대비 운영 비용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을 갖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외국계 자본이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계 자본이 임차인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연체나 규정 위반 시 강제 퇴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 정부가 2035년까지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1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당분간 자본력과 운영 노하우를 갖춘 외국계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신탁사 임원급 관계자는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은 분양사업 수익률이 더 높아 파일럿 프로젝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외국계 자본은 임대차보호법 등 각종 규제 속에서도 적극적인 임대료 인상과 임차인 관리에 나설 수 있는 위치라서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향후 정치적 리스크가 사업의 난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평가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외국계 자본의 국내 임대주택 시장 장악을 제한하려 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존재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야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이 정부 추진안과 정반대의 기업형 임대주택 관련 입법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된 '뉴스테이' 정책도 고가 월세 논란으로 좌초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정책적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선호한다"며 "외국계 자본의 강제 퇴거 등 임차인 권리 침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정치적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책 기조 변화가 외국계 자본의 투자 전략에 중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외국계 투자자들의 매각 차익 실현 여부도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단 평가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기대하는 매각차익이 실현되려면 10년간 안정적인 정책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