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비 환헤지 어려워 환율 영향 더욱 민감
고환율 지속되면 중소기업 운전자금 부담도 커져
내년도 저리대출 등 원화대출도 추가 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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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태 및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가자,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IBK기업은행도 긴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환율 영향에 취약한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전자금 용도의 대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25년 중소기업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한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출 한도 확대 뿐만 아니라 금융비용 절감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앞서 비상 계엄사태 이후 전체회의 등에서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적인 자금 수요 발생 여부를 꾸준히 파악해 달라고 지시했다.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이 커진 기업들이 늘어나면 기업들의 운전자금 수요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지난 24일 기업은행은 은행권 공동으로 발표한 중소기업 지원책을 통해 외화대출 만기 연장 등의 외화대출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경우 외화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관련 리스크가 크지 않아 원화대출과 관련한 추가 지원책 마련에 보다 집중하는 분위기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 간 거래 등의 경우 외화대출 지원으로 풀 수 없는 측면이 있다"라며 "수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기업에게 원화대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대응책 마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약 82%를 차지하고 있어 환율에 더욱 민감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비 환헤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환율 인상분을 가격 등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소기업이 환율 영향에 더욱 취약한 이유로 꼽힌다.
영업 현장에서는 대출한도 확대 뿐만 아니라 금융비용 절감 등의 지원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도 연말 마감을 뒤로 하고 환율 관련 대응 방안 논의와 대응책 수립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금결제가 많다 보니 운전자금에 대한 요청이 많은 편"이라며 "한도 확대를 고려하는 동시에 금융비용 절감 측면에서 주로 접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지원책은 금융당국 및 전 은행권 주도로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통상 은행들은 리스크가 커지면 대출 문턱을 높이기 때문에 당국 주도로 특별 제도를 만들지 않는 이상 추가적으로 대출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는 고환율이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환율이 더욱 상승할 경우 대응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차주 뿐만 아니라 대출기관의 건전성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환율이 구조적인 이유보다 정치적 이벤트 때문에 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책은행이 대출 한도를 열어주면서 일시적인 환율 관련 부담을 덜어주는 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오르면 기업들의 운전자금 부담이 증가하는 정도를 넘어서 빌려준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권 리스크도 고려하면서 대출을 열어주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