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녹수 투자 회수한 TPG도 눈길
"한국 시장 중요해" 공들이는 글로벌PE
-
지난해 침체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투자 및 회수 성과를 보인 글로벌 PEF에서는 파트너 승진이 이뤄졌다. 재활용 플랫폼 ‘1조원 빅딜’을 단행한 EQT파트너스에선 승진자를 배출했다. 약 7년 만에 녹수 회수를 마친 텍사스퍼시픽그룹(TPG)도 글로벌 파트너를 추가했다.
글로벌 하우스들이 한국 부문 담당 인력들의 승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EQT파트너스는 2025년 1월 1일부로 연다예 대표를 신임 파트너로 임명했다. 연 대표는 EQT의 국내 PE 부문 투자를 총괄하는 EQT프라이빗캐피탈 한국 대표직을 유지하며 파트너 직도 함께 맡는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가 국내에서 여성 파트너를 임명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아시아 전체로도 드문 사례다. EQT는 유럽, 아시아태평양 및 미주 지역 25개 국가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전 세계 약 1900명의 임직원 중에서도 글로벌 투자 파트너는 20명 내외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글로벌 PEF 운용사에서 파트너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로 알려져 있다.
연 대표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금융학 전공 및 국제정치학 부전공으로 조기졸업 했고,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에 합류하기 이전에는 모건스탠리 투자은행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BPEA가 EQT와 통합된 이후 PE 부문에서 활동해 왔다. 그동안 연 대표는 로젠택배, 한라시멘트, 애큐온캐피탈, 신한금융지주 등 M&A 거래를 주도했다.
EQT파트너스는 지난해에도 국내 시장에 잇따라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8월 EQT파트너스는 EQT인프라 6호 펀드를 통해 제네시스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케이제이환경 및 관계사들을 인수했다. 총 거래대금이 1조원에 달하는 국내 재활용 분야 M&A 거래 중 최대 규모 ‘빅딜’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EQT는 지난해 2월 서상준 한국 EQT인프라부문 대표가 글로벌 파트너로 승진한 바 있다. 서 대표의 파트너 승진도 EQT가 2023년 2월 서울사무소를 개소한 지 1년여만이었다. 2023년 2조4000억원에 달하는 SK쉴더스 인수를 단행하며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성과를 인정받았다.
연 대표가 승진하면서 EQT파트너스는 한국에만 파트너 2명을 두는 글로벌 하우스가 됐다. 그만큼 EQT가 PE, 인프라 및 부동산 투자 전반에 걸쳐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투자 전략의 주요 국가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글로벌 PEF 중에 국내에 파트너가 2명인 곳은 드물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박정호 한국 총괄 대표에 이어 2023년 김양한 부대표가 파트너로 승진했다. 칼라일은 김종윤(존 킴) 한국 대표, CVC캐피탈은 이규철 한국 대표만 각각 파트너로 선임돼 있다.
-
TPG의 윤신원 부대표도 이번 인사에서 BU파트너로 선임됐다. 2021년 MD로 승진한 윤 부대표는 이상훈 대표와 함께 TPG 한국을 이끌고 있다. TPG는 현재 파트너 체제를 글로벌 파트너(펌 파트너)와 BU(Business Unit) 파트너로 두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는 전 세계 거래(deal)에 대한 캐리(Carried interest)를 나눠 갖는 파트너로, 극소수로 전해진다. 한국에서는 이상훈 대표만 펌 파트너를 맡고 있다. TPG는 아시아권에서 BU파트너를 MD로 불러왔는데 이번에 글로벌 명칭에 맞게 직함을 부여했다.
윤 부대표는 골드만삭스 홍콩에서 테크, 미디어,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로 투자업계 발을 들였고 이후 모건스탠리PE에서 근무했다. 이상훈 대표와 함께 TPG로 넘어와 카카오모빌리티 설립 및 투자, 카카오뱅크, 녹수 등의 투자를 단행했다.
TPG는 지난해 8월 국내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녹수 모회사 모림 지분 65%를 4500억원대에 매각했다. TPG는 2017년 12월 경영권 지분 65%를 3600억원에 인수한 뒤 약 7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성과를 보였다. 현재 TPG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뱅크의 투자금 회수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024년 3분기 기준 TPG의 총 운용자산은 2390억달러에 이른다. TPG는 지난해 상반기 한국·호주·동남아·인도·중국 등 5개 지역에 투자하는 아시아 8호 펀드에 53억 달러의 자금을 모아 클로징한 바 있다. 당시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운 여건이 이어졌지만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짐 콜터 TPG 회장이 당시 한국을 방문해 펀드레이징 상황 등을 점검할 정도로 마케팅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아시아 8호 펀드는 한국에 약 20%를 투자한다. 2023년 화장품 용기 업체 삼화를 3000억원에 인수할 때 쓰인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