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업장 정리 본격화 시 손실 확대 가능성
상반기 만기도래 PF 채권 재평가 시 대손 부담도
지난해 6년 만에 내려진 적기시정조치 확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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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수민 기자)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부동산PF 위기를 '꾸역꾸역' 넘겼지만,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의 평가등급이 하락할 경우 손실 인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국·라온저축은행에 이은 추가적인 적기시정 조치가 나올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을 기존 양호·보통·악화우려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 4단계로 세분화하고 '유의' 또는 '부실우려'로 분류된 사업장은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했다.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손실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예상보다는 관련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저축은행들이 상반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던 데다 충당금 적립률이 높거나 사업성이 양호한 PF 사업장부터 매각하면서 매각 손실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매각한 자산이 시장이 회복되며 큰 폭으로 올랐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어렵다 보니 부실 자산 매각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PF 사업장 정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73%로 전 분기(8.36%) 대비 0.37%포인트 상승했다.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 영향으로 3분기 순이익이 25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같은 기간 누적 순손실은 363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는 넘겼지만, '적자 늪'에서 탈출하기는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부동산PF 채권 매각에 따른 손실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반기 PF 대출 상당부분의 만기가 돌아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 PF 채권이 유의 및 부실우려로 재평가되면서 대손비용도 늘어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양호' 및 '보통'으로 분류된 저축은행 부동산PF 중 올해 상반기 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 비중은 81.7%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대출 만기가 연장될 경우 저축은행의 손실 부담도 한층 커지는 셈이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달 4일 보고서에서 "저축은행은 '유의 및 부실우려'의 절반도 안되는 충당금 및 준비금이 준비돼 있어 여타 업권 대비 충당금 적립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동산PF 대출만기가 집중돼 있는 2025년 상반기까지 매각 및 재구조화 대상 사업장이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미흡한 사업장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PF는 지난해 저축은행 간의 양극화도 불러일으켰다. 자산규모 상위 5개 대형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은 지난 3분기 중 총 948억원의 흑자를 낸 반면, 나머지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며 살얼음판을 걸었다.
이같이 희비가 엇갈린 데는 대형사들의 PF사업장이 대부분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비교적 사업성이 양호했기 때문이다. 자산 매각 및 대손비용 부담이 중소형사 대비 크지 않았던 셈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PF 부실이 쌓이면서 연체율이 크게 오른 안국·라온저축은행 등 두 곳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렸다. 3분기 말 안국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9.4%로 업권 평균(8.7%)을 크게 웃돌 뿐만 아니라 국내 79곳 저축은행 중 가장 높았다. 라온저축은행 연체율도 15.8%로 높았다.
금융당국이 곧바로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다르다며 '선긋기'에 나서긴 했지만 6년 만에 내려진 적기시정조치라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충격파'가 미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저축은행들이 더욱 늘어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업종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건설업 침체 및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부동산PF 관련 대손비용 부담 지속 및 건전성 저하로 인해 2024년의 부진한 실적이 202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