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퇴출 속도 내는 거래소…당국도 업무계획에 포함할 듯
입력 2025.01.08 07:00
    정은보 이사장, 새해부터 공개 언급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 강화할 것"
    연구용역, 이르면 이달 중 발표 전망
    금융위도 올해 업무계획 포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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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거래소가 연초부터 '좀비기업' 퇴출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는데, 올해는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관련 방안을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올해 업무계획에 포함시키기 위해 검토중이다. 상장폐지 제도 개선이 상반기 중 시행될 경우, 올해 국내 증시에서 퇴출되는 종목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일 '2025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고,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장폐지 요건 및 절차 강화는 좀비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정 이사장이 새해 첫 대외활동에서부터 좀비기업 퇴출을 거론한 것을 두고, 올해 한국거래소의 업무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거래소의 주요 업무는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 독려와 좀비기업 퇴출을 위한 제반 절차 마련이었는데, 올해도 이 두 가지가 주요 업무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하회하는 기업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비율이 1을 하회한다는 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업력 10년 이상의 한계기업은 2015년 2688개에서 2023년 3950개로 지난 8년간 47% 가까이 늘었다. 상장사로 한정하면, 국내 증시 내 한계기업은 2018년 285개사에서 2023년 467개사로 63%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된 상장사는 코스피 4곳, 코스닥 17곳으로 총 21곳에 그쳤다. 한계기업의 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적다. 한계기업을 적시에 퇴출하기 위한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지난해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코스닥 퇴출제도 개선 방향 모색을 위한 연구용역'과 '증권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거래소는 당초 7월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말 제도개선 방향을 구체화하기로 했으나, 연구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제도개선 일정도 미뤄지게 됐다. 연구결과 발표가 지연된 데는 최근의 탄핵정국 등 혼란스러운 정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결과는 이달 중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가 나오면, 제도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거래소측은 아직 개선 방향과 관련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장폐지 심사기간 단축 등이 개선안에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올해 업무계획에 담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금융위는 그해 업무계획을 1월 말 발표해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현재 올해 업무계획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에 좀비기업 퇴출 관련 내용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미 해를 넘겨 다소 늦은 감이 있는 만큼, 거래소와 협력해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