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사업장만 팔면서 손실 최소화한 저축은행
올해 부동산 PF 사업장 평가등급 추가 하락 우려
비우량 사업장 손실 보며 팔거나 충당금 더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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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저축은행들이 미뤄뒀던 지방·비주거 사업장들에 대한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실사업장 매각 손실 반영도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당국의 PF 정리 압박에 그나마 사업성이 괜찮은 수도권 사업장을 정리하며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지난해 20조9000억원의 유의·부실우려 PF사업장에 대해 10월 말까지 3조8000억원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말까지 재구조화 및 정리된 사업장은 4조5000억원으로 계획보다 많았다.
이같은 결과만 놓고 보면 금융회사들의 PF 사업장 정리가 양호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실제 저축은행들의 경우 사업성이 좋은 수도권 사업장 일부만 골라 정리하는 시늉을 하고, 정작 정리나 재구조화가 필요한 사업장은 손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사업성이 좋은 서울이나 수도권 위주의 주거 사업장을 정리하면서 이익을 내거나 손실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매각이익으로 실적을 방어했던 측면이 있다"라며 "반면 비주거나 지방 쪽 부동산PF 사업장 정리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저축은행들도 정리를 미뤄 왔던 지방 및 비주거 PF 사업장을 매각해야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부동산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6월 말 기준 '양호 및 보통' 등급을 받은 사업장이 올해는 '유의 또는 부실 우려'로 재평가될 수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양호 및 보통'으로 분류된 부동산PF 익스포저 가운데 81.7%(3조4000억원)은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저축은행 업권의 PF자산 특성상 사업성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정상 사업장에서 유의·부실우려로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3개월 이상 연체된 사업장은 1개월 주기로 6개월 안에 경공매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아울러 기존 매월 점검하던 PF 경·공매 실적을 매주 점검하는 등 부실 사업장 정리·재구조화 촉진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처럼 올해 저축은행의 지방 및 비수도권 PF 매물이 쏟아질 경우 경공매 유찰 등에 따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수도권 주거 사업장과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어 매물을 정리하는 데 시일이 걸릴 거란 예상도 나온다.
저축은행들이 사업장을 정리하지 않고 보유한다고 해도 손실을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사업성 평가 결과가 하락할 경우 부실여신으로 분류돼 대손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만약 충당금 적립규모보다 매각손실 및 대손비용이 커진다면 올해도 저축은행 업계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비우량 사업장의 경우 매각해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보유하고 있어도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난해보다 저축은행 업계 손실규모가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손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