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A운용이 3조원대 중반 인수 의향 밝혔지만
20% 목표 수익률·원화가치 급락으로 결정 쉽지 않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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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대체투자사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을 고심하고 있다. 협상이 해를 넘겼지만, ARA코리아자산운용을 포함해 해외 운용사 2~3곳이 제시한 매각가가 브룩필드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룩필드가 IFC를 인수하면서 설정한 높은 목표 수익률과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이 매각 지연의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지난해 3분기부터 IFC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8월 IFC 5개동 가운데 5성급호텔인 콘래드서울을 ARA운용에 매도한 데 이어 오피스 3개동과 IFC몰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ARA운용이 콘래드서울을 인수하면서 나머지 자산에 대해 매입 의사를 밝혔고, 브룩필드는 ARA를 포함한 글로벌 운용사 2~3곳과 매각가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RA운용은 IFC 오피스 3개동과 IFC몰에 대해 3조원 중반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RA운용은 앞서 콘래드서울을 3400억원에 매입했으며, 이 두 거래를 합산하면 IFC 전체 매각가는 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4.5~4.75%로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2022년 5월 미국 기준금리가 0.25~0.5%대였던 시기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IFC 전체 인수를 위해 제시한 가격이 4조1000억원이었던 까닭이다.
다만, 브룩필드가 매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우선협상자 선정부터 매각 완료까지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목표 수익률과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브룩필드의 신중한 매각 행보는 당초 설정한 높은 목표 수익률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룩필드는 2016년 IFC 인수 당시 '오퍼튜니티(Opportunity) 펀드'인 'BSREP II'를 활용했다. 오퍼튜니티 펀드는 가치가 저평가됐거나 개선 여지가 큰 부동산을 매입해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 펀드의 연간 목표 수익률은 20% 이상으로 전해진다.
당시 IFC는 오피스 3동의 공실률이 75%, IFC몰의 공실률도 30%에 달해 위상이 지금보다 현저히 낮았다. 브룩필드 입장에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셈이다. BSREP II 펀드는 청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처럼 높게 설정된 목표 수익률이 최근에 와선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현재 IFC는 여의도의 대표적인 트로피에셋(상징성 있는 자산)으로 자리잡았지만, 몸값이 4조원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인수자 입장에선 매각가를 끌어올리기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브룩필드 역시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펀드 청산 수익률을 어느 수준에서 타협할지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급등도 브룩필드의 고민이 깊어지는 요인이다. 브룩필드가 2016년 11월 미국 AIG그룹으로부터 IFC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달러당 원화 환율이 1140~1180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470원대까지 올랐다. 지난 31일 서울외국환중개가 집계한 이날 새벽 2시(야간장 종가 기준) 환율은 1472.3원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25% 이상 떨어지면서 매각가를 높게 받더라도 당초 기대했던 수익률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브룩필드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다투고 있는 계약금 반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래에셋은 2022년 IFC 인수를 철회하면서 브룩필드에 지급했던 2000억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현재 양사는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서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 2000억원 중 얼마를 미래에셋에 돌려주느냐가 브룩필드의 IFC 매각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목표 수익률과 환손실 등의 이슈로 브룩필드의 IFC 매각 고민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