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법원 유죄 판결 나오면 '사법 리스크' 현실화
연임하되 함 회장은 수정한 규범 적용 안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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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 여부가 이르면 이달 중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임에는 별다른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금융감독원은 김정태 전 회장의 3연임을 두고 문제제기를 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반대 기류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남은건 ‘채용비리’ 관련 대법원 판결 정도가 남았다. 지난해 7월 이후 대법원 심리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함 회장이 연임을 통해 안정적 체제를 구축하려는 모양새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올해 3월 만료됨에 따라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중순 차기 회장 후보군(숏리스트)을 5명으로 압축했다. 함 회장을 포함해 이승열 부회장, 강성묵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 등 내부 인사 3명과 외부 인사 2명 등 총 5명이 후보로 선정됐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월 중 최종 후보자 발표(PT)와 심층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가 정신, 비전 및 경영전략, 전문성 등 각자 세부 기준을 세우고 이에 따라 최종 후보자가 선정된다. 이르면 이달 말 최종 후보 1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최종 후보자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확정되게 된다.
금융권에선 함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숏리스트 후보 중에서 공개가 안된 외부 후보자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지난 연말 계열사 인사에서 강성묵 부회장이 증권 사장으로 재선임된데다, 하나은행장을 전격 교체키로 하며 함 회장 연임에 무게가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후보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현재 5인 숏리스트를 보면 함 회장과 경쟁 구도를 구축할 후보가 사실상 없다"며 "함 회장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라고 말했다.
과거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 발목을 잡던 금감원도 함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기류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이 3연임을 추진할 당시 금감원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회장 선임을 일정을 연기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의 뉘앙스를 살펴보면 연임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해 ‘만 70세 정년 제한’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만 68세인 함 회장은 연임에 성공할 경우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이 원장은 지난달 20일 하나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해 “70세 임원의 연령제한 규정은 다른 금융회사 경우와 (회장이) 취임한 이후 적어도 3년 정도 기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취임을 기점으로 조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함 회장의 품성과 특성을 비춰보면 혹여 (연임에) 도전하게 되면 본인에 대해서는 자기 규정 적용을 안 받겠다고 하실 분”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연임에 제동을 거진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임 자체에 제동을 걸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며 “다만 함 회장 본인 재임시절에 규정을 바꾸는 만큼 연임되더라도 70세 연령제한 규정에 대해선 본인은 예외로 두지 않겠냐는 의중을 비춘 것 정도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남은 관건은 ‘사법 리스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함 회장은 현재 하나은행 채용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23년 11월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상고한 상태다.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함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선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고 자격요건을 제한해 놓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현재로선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지 알기 힘들다는 견해다. 다만 2023년에 상고가 이뤄진 만큼 올해 중엔 언제 판결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함 회장으로선 과거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채용비리 관련 무죄가 확정된 사례 등을 고려해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함 회장으로서도 언제 대법원 판결이 나올지 모르니 연임에 도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과거 조 전 회장의 경우처럼 무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하나금융에서도 함 회장 연임 시 사법 리스크를 안고 가는 방향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한 고위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승계절차 개시 전에 개정됐고 모범규준에 어긋난 사항은 없다"라며 "승계절차 진행 중에 있는데 현 회장을 위해서 내규를 개정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