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은행 대출 '역성장'...순익은 '상생금융' 기저효과탓 증가할 듯
입력 2025.01.10 07:00
    지난해 4분기 4대금융 순익 합계 2조4010억원 예상
    전년동기대비 82.3% 큰 폭 증가…상생금융 기저효과 탓
    환율 상승에 대출성장 '스톱'…하나·우리는 역성장
    CET1비율 13% 유지 관건…당국 지원책 적용 여부도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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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수민 기자)

      지난해 4분기 성과에 대한 실적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은행권의 지난해 4분기 대출 성장률이 '제로' 혹은 '역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가 금융권을 덮친 까닭이다.

      다만 이들 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들의 전체 순이익에는 큰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지난 2023년 4분기 일회성 비용으로 인식된 상생금융 비용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충당금 규모 역시 2022년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지난해 4개 금융지주들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예상 순이익 합계)를 2조4010억원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동기(1조3170억원)대비 82.3% 늘어난 수치다.

      우리금융지주의 4분기 순이익이 387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8.7%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고, KB금융이 6768억원으로 165.0%, 신한지주가 7413억원으로 34.9%, 하나금융이 5956억원으로 3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지난해 4분기 주요 금융지주들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023년 4분기 반영됐던 상생금융 비용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앞서 KB는 지난해 4분기 상생금융 일회성 비용으로 2450억원, 신한은 2939억원, 하나는 2041억원, 우리는 1700억원을 각각 반영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4분기에도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관련 비용이 곧바로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됐던 2023년 상생금융과는 달리, 2024년판 상생금융은 마진 등에 영향을 미치며 비용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자 환급은 바로 비용 처리를 해야 하는 반면 이번 상생금융의 경우 원래 받았어야 할 이자를 적게 받는 것이라 재무적 부담이 덜하다"라고 설명했다.

      대손비용 부담 또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한 금융 담당 연구원은 "지난 2023년 4분기에 충당금을 워낙 많이 쌓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기본적으로 50% 이상은 줄어들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쌓은 부분들의 대손이 줄어들면서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상생금융이나 대손비용 등 '비용' 측면의 기저효과로 순이익이 크게 개선되겠지만, 실제 영업의 핵심인 대출 성장세는 정체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이 대출 성장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대출성장률은 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민감도가 높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대출이 전분기대비 줄어드는 '역성장'이 예상된다.

      그 여파로 은행지주 핵심이익 구조 중 하나인 이자이익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약 1%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출성장률이 거의 없다시피 한 가운데,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 및 수신금리 리프라이싱(재산정)이 이뤄지면서 그나마 소폭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해석이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부 금융지주들의 경우 환차손 부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분기 하나금융은 약 1500~2000억원, 우리은행은 약 740억원 가량의 환차손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4분기 특성상 희망퇴직 등 비용 또한 일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됐다.

      4분기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CET1비율 또한 주목받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정한 주주환원율 확대 기준치인 13%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는 원화 약세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4대 은행지주 CET1비율이 평균 20bp(1bp=0.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건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권의 위험가중자산 산출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가 적용될지 여부다. 금융당국은 먼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환율변동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구조적 외화포지션의 경우 은행들로부터 승인 신청을 받고 승인이 된 은행에 대해 적용이 가능하다"라며 "작년 연말 기준 BIS비율 산출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4개 금융지주들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는 16조7093억원으로 전년(14조8594억원)대비 12.4% 증가하면서 17조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지난해 3분기까지 공격적인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성장에 나서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난 데다가, 대손비용 부담 또한 줄어든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