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케이뱅크도 출격고심…구조는 손볼 듯
"LG CNS 안되면 다 안 된다" 투심 확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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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회수(Exit) 수요가 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빅딜'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는 가운데, 관망보다는 진행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하락도, 경기 침체 우려도, 정치적 혼란도 연말연초가 일단 '바닥'이라는 판단 하에 시장의 수요를 확인해보자는 목소리가 좀 더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FI를 주요 주주로 두고 있는 대형 IPO 발행사들은 상장 일정을 두고 주관사단과 집중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개별 FI의 사정에 따라 일부 조건이 엇갈리는 가운데, 큰 방향에서는 일단 올 상반기 중 공모 절차를 밟는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시간이 흐른다고 시장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FI들은 빠르게 상장하고 싶어 한다"며 "코스피가 2000 아래면 명분이 있지만 코스피 2500 정도가 지난 몇 년 추세를 보면 특별히 안 좋은 상황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상장 예심을 통과한 대어급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4~5월까지는 상장을 완료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와 IPO시장 동반 침체에도 불구하고 예심 절차를 밟은만큼, 올 상반기 공모 진행 의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두 기업은 FI들의 투자회수(Exit) 차원에서 상장이 추진되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공모 시장 상황이 더 악화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DN솔루션즈는 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 한투PE, KB인베스트먼트 등이 구주매출에 나설 전망이다. DN솔루션즈는 FI들과 맺은 영구 교환사채(EB) 콜옵션 조항이 해소되면서 상장 시점을 상반기 내로 시간을 벌었다. 애초 2월 상장을 예정했으나 5월로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분 21.87%를 보유한 2대 주주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 지분이 구주매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에이치PE는 2017년 2860억원을 투자할 당시 풋옵션 행사가격보다 낮은 공모가에 IPO를 할 경우 손실을 롯데에서 물어줘야 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해당 풋옵션은 올해 4월 도래한다.
상장 '삼수생'인 케이뱅크는 다음달 말 예비심사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막판 FI 의사 조율 과정이 난항을 띄었다.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에 15일, 이후 공모 및 상장 절차에 3주 가량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달 14일 전후가 '데드라인'이었는데, 지나치게 촉박한만큼 일단 시간을 버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케이뱅크가 조만간 다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반기 중 공모 절차를 본격화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공모에 영향을 줬던 코인예치금 이자 이슈가 어느정도 정리된데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코인 시장 활황으로 수수료 수익 증가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까닭이다. 연초 코스피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환율이 안정화하는 등 대외 변수 우려가 바닥을 찍은 점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심사 효력이 만료된 기업이 곧바로 예심 재청구에 나설 경우 심사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크다. 연간 실적을 반영해 2월말 예심을 청구하면 4~5월 중엔 다시 결과지를 받아들게 된다. 그 사이 FI간 의견을 조율하고 증권신고서를 곧바로 제출한다면 상반기 내 공모도 가능하다.
재도전에 나서면 공모 구조는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총 8200만주 공모에 나섰는데 그중 절반인 4100만 주가 구주매출이었던 점도 투심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MG새마을금고,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등 4곳이 구주매출에 나섰다.
사안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 중심 공모 구조 변경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해 FI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아 구체적인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FI의 눈길은 결국 '새해 첫 대어'인 LG CNS로 쏠리고 있다. 공모 규모가 1조원으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최대 규모인데다, FI 구주매출 중심의 공모 구조를 택했다는 점에서 이후 거래들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번 LG CNS의 공모 구조는 신주 50%, 구주 50%로 이뤄져 있다. 구주매출엔 지분 35%를 보유한 맥쿼리PE가 참여한다. 상장 후 맥쿼리PE의 잔여 지분율은 21.5%가 된다. 2020년 LG CNS 지분 매각 당시 맺은 ㈜LG와 맥쿼리PE의 주주 간 계약에는 올해 4월까지 LG CNS 상장이 완료돼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현재 공모시장 침체와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상장 진행과 관련, 주관사 및 FI, 회사 측의 고민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회사 측은 "계획된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수요가 확인되면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수요예측에서 해외 수요가 좋지 않으면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LG CNS가 수요를 끌지 못하면 그 뒤에 나오는 기업들 모두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