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지경학에 낀 철강·2차전지…정부공백 속 시험대 오른 장인화號 포스코
입력 2025.01.14 07:00
    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좌초하자 현대제철 美 진출 시사
    철강도 2차전지도 美中 지경학 문제…포스코그룹 2중고
    업황 따라 재무부담도 가중…각국 경쟁사 계산속도 복잡
    정부공백 장기화하는데 장인화 회장 의중에도 시선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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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철강과 2차전지를 양대 축으로 내건 포스코그룹에 꽤 버거운 과제로 닥치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관세와 수입할당제(쿼터), 보조금을 무기로 중국을 위시한 무역 상대국과의 노선 정리에 나설 예정이다. 정무적 판단 없이는 사업 논리도 펼치기 힘든 때에 정부는 개점휴업 상태다. 2년 차를 맞은 장인화 회장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달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안보상의 이유로 최종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역시 취임 후 관세 카드로 수익성이 좋아질 예정인데 팔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취임을 앞둔 미국 지도자 모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제철은 불허 걸정을 두고 미 연방 항소법원에 불복 소송을 냈다. 트럼프 2기 시작도 전부터 철강 산업이 통상 교섭의 핵심 카드로 부상하는 장면들로 풀이된다. 

      웃돈을 줘서라도 현지 업체를 인수하려던 일본제철이 물을 먹자 현대제철은 현지 제철소 건설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 조지아 등 주 정부와 접촉해 1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올해 국내에도 섭섭지 않은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철강 산업을 꾸리는 기업이나 각국 정부 모두 안팎으로 셈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포스코그룹은 이 판의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철강과 2차전지 모두 미국과 중국, 양국 지경학의 핵심 전장인 까닭이다. 가까이 중국을 견제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자면 느긋할 여유가 없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1기에서 꺼낸 대(對)중국 관세 카드가 본격화하면서 반도체나 2차전지 등 사업은 꽤 수혜를 봤지만 철강만은 미국 수출 쿼터제가 도입되면서 오히려 타격을 입었다"라며 "트럼프 2기에서도 어차피 판을 주도하는 건 미국이고,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과 교역하려면 미리 상납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철강은 물론 2차전지 산업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모두 순수출국이다. 중국은 내수 부양책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한국 역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어 양국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포스코그룹으로선 미국이 기존 철강 수입 쿼터제나 2차전지 보조금 정책을 더 불리하게 손보지 않는 선에서 중국 견제 고삐를 바투 쥐여주는 게 최선인 셈이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쉽게 들어줄 리 없다는 게 각국 경쟁사 행보로 드러나고 있다. 

      경쟁사 현대제철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이미 현지 생산기지를 잔뜩 지어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부터 완성차 밸류체인에 속하는 판재류 외 철강 포트폴리오 정리 작업을 검토한 것도 무관하지 않은 행보로 보인다. 핵심인 완성차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끔 계열 사업의 생산체계를 조율하는 작업이란 평이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도 보조금 정책에 호흡을 맞춰 현지 전기차·배터리 생산기지 카드를 꺼내 쓰는 식 전략에 정평이 난 것으로 통한다. 

      포스코그룹은 계열 내부매출(캡티브)을 활용하는 전략을 쓰기 힘든 데다 철강과 2차전지 모두 업황이 고꾸라지며 재무 여력마저 줄어들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 JSW그룹과 현지 일관제철소 합작 건설에 돌입했지만 미국 시장에 대해선 상공정 진출을 검토한다는 정도의 계획만 공유된 상태다. 2차전지의 경우 포스코퓨처엠이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적자가 본격화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합작법인(JV) 형태로 인도나 미국 철강 시장 공략 비용을 합리화하는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미국 공략 난이도가 그리 낮지는 않아 보인다"라며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재무 체력이 바닥날 거란 시각이 지배적인데, 포스코홀딩스에서도 지원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방 전기차 시장이 살아날 시점은 물론 어떤 전기차 브랜드가 살아남을지도 특정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홀딩스가 무작정 증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수혈에 나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만큼 모태인 철강 산업에서만큼은 포스코그룹이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자연히 장인화 회장의 의중에 시선이 쏠린다. 장 회장은 외풍 우려 속에서도 내부 출신 철강 전문가로 등판해 이제 임기 2년 차를 맞았다. 떨어진 주가의 경우 2차전지 거품이 꺼진 데 따른 정상화라는 시각도 많고, 지난 연말 내놓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서도 기관 평가가 우호적이다. 그러나 이제 막 전임 최정우 회장 인사를 밀어내고 조직을 재정비한 때에 정부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어 여러모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최정우 전 회장이 국민기업 프레임과 싸우다가 외풍 문제로 꽤 거칠게 퇴장했던 만큼 장인화 회장의 포스코와 현 정국을 완전히 분리해서 보는 게 쉽지 않다"라며 "주력 사업 모두 외교 문제와 밀접해 있는데 정부 기능은 반쯤 마비돼 있어 포스코가 주도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