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주가도 큰 폭 하락
실손보험 손해율 업계 최고 수준
'5세대 실손' 정부안에 여론 유탄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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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이 연초부터 안팎 악재에 분주하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 비율(킥스 비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숨 가쁘게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떨어지는 킥스 비율 영향으로 배당이 제한되면서 주가도 하락했다.
치솟는 손해율로 큰 폭의 실손보험료 상승이 예상되면서 고객들이 불만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에서 1ㆍ2세대 실손을 5세대로 강제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실손 비중이 큰 현대해상 등 일부 보험사만 배불려주는 처사라며 민심이 들끓는 모양새다.
현대해상은 지난달 9000억원 규모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6월과 11월 각각 5000억원, 40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한데 이어 추가적인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이다. 현대해상이 발 빠르게 자본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킥스 비율이 꼽힌다. 3분기 현대해상의 킥스비율은 170.1%로 경쟁사 대비 낮다. 경쟁사들은 삼성화재(280.6%)를 비롯해 메리츠화재(257.0%), DB손보(228.8%), KB손보(203.7%)는 200%를 넘는다.
낮은 킥스 비율은 배당과도 직결된다. 배당주인 만큼 주가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3만5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2만5000원 선으로 하락했다. DB금융투자에선 현대해상 “배당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목표주가를 4만2800원에서 2만6900원으로 낮췄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하락으로 국곡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0.30%포인트 하락했고,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계리적 가정을 강화하면 연말 지급연력비율이 150% 내외까지 낮아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현재 제도 하에선 “2~3년 내 배당 재개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이 배당까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 중 하나론 상품 포트폴리오가 거론된다. 현대해상은 어린이보험과 실손보험 상품 시장점유율 1위인데 해당 상품이 IFRS17 하에선 발목을 잡고 있다. 어린이보험 처럼 만기가 긴 상품의 경우 계리적 가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미래이익 산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금융당국에선 해당 상품들에 대해서 보수적인 가정을 요구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보험의 경우 100세 만기 상품으로 부채 시가 평가에 따른 영향이 크다”라며 “금융당국에서 보수적인 가정을 요구하면서 미래이익이 줄어들고 킥스 비율 하락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라고 말했다.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에 발목이 잡혔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표준화실손의료보험 전체 경과손해율(직전 3년간 손해율)은 현대해상이 130.5%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경과손해율이 100%를 넘기면 적자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료가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내년 실손의료 보험료가 평균 7.5% 오르고, 3세대 실손보험은 20%가 인상된다. 현대해상 측에선 업계 평균 수준의 인상이 있을 거라는 설명이지만, 손해율이 업계 최고 수준인 만큼 타사 보다 높은 수준의 실손보험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타사 보다 높은 보험료 인상을 통해서 실손보험 손실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5세대 실손보험 초안의 불똥이 현대해상에도 튀는 모양새다. 5세대 실손의 특징은 중증과 비중증을 구분하고 비급여 항목의 자기부담률을 높이는 것인데,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보험사 손실이 큰 1ㆍ2세대 실손의 약관 변경을 강제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해당 방안이 공개되자 일부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실손 비중이 높은 일부 보험사만 배불려주는 방안'이라며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정부가 보험사의 손실을 줄여주겠다며 약관 변경을 강제하는 법 개정에 나설 경우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 실손 비중이 높은 보험사를 중심으로 소송 및 고객 이탈 등 상당한 진통이 있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일련의 어려움에 대해 업계에선 회계기준 변경과 현대해상의 보수적인 경영기조가 맞물린 결과란 평가가 많다. 보험업의 특성상 보수적인 경영도 중요하지만, IFRS17 도입이란 큰 변화의 시기에 맞물려 충분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단 지적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 스타일의 보수적인 경영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다른 한편으론 빠르게 변화하는 보험시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정경선 전무를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만큼 얼마나 바뀔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