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는 2002년 UBS캐피탈 아시아·태평양 투자팀( UBS Capital Asia Pacific)이 분사해 설립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당시 현직인 탕콕유(TANG Kok-Yew, 이하 KY탕) 회장과 삼성전자 출신인 박영택 전 회장이 창업했고, 이철주 전 회장이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어피너티는 2005년~2009년 하이마트ㆍ더페이스샵, 그리고 교과서에 실릴 만한 오비맥주 거래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펀드 내부수익률(IRR)도 1호 펀드가 23%ㆍ2호 펀드 39%ㆍ3호 펀드 20%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투자 건들의 성과가 저조했고 펀드를 대표하던 운용진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는 부침을 겪었다.
이런 어피너티가 최근 '중국 관련 루머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어피너티는 중국계/홍콩계 사모펀드가 아니다" "본사는 홍콩이 아니다" "파트너 중 중국 국적 보유자도, 중국 정부 관련자도 없다" "중국 자본의 영향력은 없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과 협력 관계에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등이 주된 내용이다.
중국 또는 홍콩 등 중화권 색채가 뭍어나는 것에 대한 '포비아'가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사모펀드의 국적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 굳이 따진다면 창립멤버의 국적과 출신, 본사 위치 그리고 펀드의 활동 영역들을 고려해 운용사의 성격과 색채를 따져보는 게 일반적이다.
어피너티 창립자이자 실질 지배력을 가진 KY탕 회장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다. 2023년 회사를 떠났지만 그 전까지 창립멤버로서 주력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던 이철주 전 회장은 미국인이었으나 2016년 중국(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을 취득했다. 펀드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영택 전 회장은 재직 당시 홍콩에 거주하며 세금문제 이슈로 제한적으로 한국에 드나든 점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어피너티를 이끄는 파트너는 5명. ▲탕 회장 ▲LIM, BENNY JEW FONG(Benny LIM) ▲HO, SHU HENG QUEENIE(Queenie HO) ▲Kenneth LIU ▲Charles MIN(민병철) 대표 ▲정익수 부대표 등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ONG, ROBIN ENG JIN을 비롯해 ▲Speer, Nicholas, Latham ▲GOH, CHOO LEONG 등이 핵심 멤버다. 이상훈·이규철 대표 퇴사 이후 어피너티의 핵심으로 부상한 민병철 한국대표는 캐나다 국적을 보유한 인사다.
그간 어피너티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홍콩 또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성장한 운용사로 여겨져 온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활동해 온 주무대가 한국 시장인 것은 맞다. OB맥주·잡코리아·롯데렌탈과 같은 대규모 M&A 거래 역시 한국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어피너티 스스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펀드의 본거지를 홍콩(Hong Kong)으로 명시했다. 투자회사 공시에서 박영택 전 회장의 경력을 'Affinity Equity Partners(Hong Kong)'으로 표기해 왔다. 국내 '토종 펀드'로 분류되기도 어렵다. 국민연금이나 각종 공제회를 위시한 국내 연기금 및 기관투자가 돈을 주력으로 굴리는 회사가 아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그간 이렇다 할 의구심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어피너티가 '중국'이란 단어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면 위로 끄집어 내 중국 색채 지우기에 나선 것에 대한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최근 중미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 또는 서방국가로의 확장하기 위해선 중화권의 색채가 없는 편이 유리하다는 점도 거론된다. 또 국내 자본시장에서 최근 '중국'이란 단어 자체에 이질적인 느낌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점도 있다.
아무리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고 해도 자본의 국적, 그리고 이를 굴리는 인력의 국적과 배경은 기업 오너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 기업들의 상당수가, 그리고 해당 기업의 종사자들 역시 '중국계' 운용사의 투자와 그 운용사로부터 진행될 구조조정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나 펀드에 회사를 넘긴 이후 발생한 사례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어피너티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들은 '국적'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어피너티가 경영권을 보유한 버거킹과 잡코리아는 경쟁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남발하고 있다. 신한지주의 지분을 매각할 당시엔 그 어떤 주주사에도 알리지 않으며 빈축을 샀다. 교보생명은 기나긴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요기요는 주주 사 간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버거킹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뭇매를 맞았다. 롯데렌탈은 초고가 인수란 평가를 받으며 벌써부터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이런 논란은 어피너티가 중국계/홍콩계로 분류되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어피너티는 "중국(홍콩) 펀드가 아닌 글로벌 펀드 입니다"라며 국적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할 시기일까? 아니면 한국 시장 내 투자자들과 기업들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일까?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성공적인 회수 성과가 뒷받침한 운용사들은 펀드 국적이 그리 큰 논란의 대상이 안된다.
한때 어피너티 경쟁사로 분류됐으나, 이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가 된 MBK파트너스는 미국 국적을 보유한 김병주(Michael Byung Ju Kim) 회장이 설립했다. 현재는 다국적 파트너들이 이끌고 있으며, 한중일 국가 가운데 한국 시장에 가장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가끔은 '중국자본이 들어간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받고 당사자들도 이에 대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리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게다가 주로 활동하는 윤종하·김광일 부회장 등 한국 파트너들의 지분이 상당하고 이들이 수시로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글로벌 사모펀드로 불리길 원하고 있지만 핵심 파트너들의 국적과 지분율 조차 공개하지도 못하는 어피너티와는 다르다.
어피너티는 한 때 '아시아 사모펀드의 선구자 (Pioneer in Asian Private Equity)'로 불렸다. 창사 이래 10년 간 단 한 번의 투자 실패가 없는 운용사였다. 그러다가 이제는 '중국이냐 아니냐'란 의미 없는 논란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어느덧 전설적인 운용사란 수식어가 지워지고, PEF 업계 '빌런(Villain)'이란 이미지만 남은 현실이 어피너티의 태생과 국적 때문이 아니란 사실을 파트너들만 모르는게 아닐까?
입력 2025.01.15 07:00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1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