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달리 흥행 여부는 미지수
석화·2차전지 산업 중국에 경쟁력 악화
LG CNS, 희망밴드 내 공모가 결정이 관건
강달러 변수지만, LG CNS "투자자 우려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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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연초 굵직한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회사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고, LG CNS는 기업공개(IPO)를 위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다. 대내외 변수가 산적해있다는 점이 원활한 자금 조달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회사채 수요예측은 연초효과로 무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통상 1~2월은 기관투자자가 자금 집행을 재개하며 채권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기다. 이에 채권금리가 내려가는 등 발행 여건이 발행사에 우호적이다.
연초 채권 투심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투심 가늠자 역할을 한 포스코가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올해 첫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포스코에 발행예정금액인 5000억원의 약 7배인 3조465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LG화학은 오는 17일 수요예측에 나선다. 3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하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다음 달 6일 수요예측에 나선다. 80000억~1조원 모집을 목표로 하며 흥행에 따라 1조5000억~2조원 규모로 늘릴 수 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초우량' 포스코와 달리 기관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석유화학과 이차전지의 업황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모두 중국과 맞붙으며 오랜 기간 경쟁력을 잃어가는 산업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조정을 할 적정 시기를 놓쳐 헐값 매각 외에는 탈출 전략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화학 굴기에 나서며 생산능력이 수요를 뛰어넘은 지 오래됐으며, 이는 가격 하방 압력으로 이어졌다. 중국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석유화학사의 수익성은 급감하는 상태다. NICE신용평가는 이러한 이유로 LG화학의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2차전지 산업 또한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 내수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마저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기술 격차는 크지 않은데, 가격 경쟁력은 중국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전환 계획 재검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배터리 보조금 폐지 검토 등 정책적 이슈도 부정적이다.
아울러 대내외적 변수가 산적해 연초효과 강도가 예년만 못할 거란 회의적 반응도 보인다.
하나증권은 "대외적으로는 미국 장기금리 고공행진 및 달러강세 지속에 따라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파가 지속되고 있으며, 국내적인 정치 불안정 상황은 아직 진행형이다"며 "현재 국내 크레딧시장이 처한 여건은 연초라는 계절성을 빼고는 아직 산적한 과제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비관할 필요도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연초효과에 기댈 이유 또한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은 목표 모집액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흥행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LG그룹은 발행 시 요구가 큰 그룹 중 하나지만, 선별 투자에 나선 기관이 LG그룹의 요구를 얼마나 들어줄지가 관건"이라 말했다.
올해 첫 IPO에 나선 LG CNS는 수요예측 목표치 달성 여부가 관건이다.
공모액의 절반가량을 해외 기관투자자로부터 조달할 계획이지만, 최근 원화가치가 급락해 외국계 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LG CNS의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6조원이며 공모액은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0%인 1조원 규모다. IPO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투자 기간이 짧기 때문에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섣불리 이번 IPO에 참여하기 어려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이 침체된 점도 투자를 망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Y한영에 따르면 한국 공모시장은 작년 글로벌 IPO 시장에서 상장 건수 기준 4위, 조달 금액 기준 1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IPO 수익률은 -4.7%로 주요 IPO 시장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EY한영은 "2025년 한국 IPO 시장은 대내외 정치적 이슈와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자본 유출과 주가 변동성이 우려되며,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과 IPO 시장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LG CNS는 원화가치 하락은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현규 LG CNS CFO는 9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IR에서 외국계 투자자들이 예상보다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며 "매출 구조상 대외 비중이 20%로 크지 않고, (환율에) 오픈된 부분은 다 헷지하고 있다. 또한 원화가치만큼 절하된 가격으로 투자가 들어오기 때문에 그만큼 효과를 볼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LG CNS는 '겸손한 몸값'을 강조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던 몸값 대비 높지 않은 기업가치(밸류)를 책정했다는 평가다. 비교기업(피어그룹) 주가수익비율(PER)에 30.7~39.9%의 할인율을 적용했는데, 최근 5년간 코스피 상장 기업(리츠 제외)의 평균 할인율이 21.9~35.7%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높은 할인율이란 평이다.
자신감을 드러낸 LG CNS지만, 공모가가 희망 범위 하단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장을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현신균 LG CNS 사장(CEO)은 "지금 예상대로라면 크게 걱정하고 있진 않지만, 희망 밴드 하단 미만으로 결정된다거나 수요가 생각보다 안 들어온다면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상장 연기에 대한) 의사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LG그룹은 시장 평판을 중요시하는 그룹"이라며 "계열사마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시기지만 예상 조달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면 미매각 같은 불명예를 피하고자 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