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본격 시행, 피드백 못 받은 외국계·인뱅 '발등의 불'
입력 2025.01.15 07:00
    시범운영 끝내고 3일부터 본격 시행 돌입
    조기제출에도 피드백 한가득…불만 컸지만
    달라진 분위기…"당국과 미리 소통하기 잘해"
    피드백 못 받은 외국계·인터넷은행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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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가 지난 하반기 시범 운영기간을 마치고 최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부터는 내부통제에 실패할 경우 자칫 최고경영자(CEO)에게 까지 법적 책임이 전가될 수 있어, 금융권에는 긴장감이 감지된다.

      처벌 첫 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외국계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이 당국의 첫 사정권 안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시중 및 지방은행들과 달리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아 당국으로부터 피드백 및 컨설팅을 받지 못한 탓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10개 금융지주와 54개 은행은 지난 3일 책무구조도 본시행을 앞두고, 2일까지 책무구조도 제출을 모두 마쳤다. 올해부터 본인 책무와 관련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임직원은 당국으로부터 해임 요구 등 신분 제재를 받게 된다.

      특히 정기검사에서 임직원의 직접적인 위법 행위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평시에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적발되더라도 제재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이에 금융지주·은행은 '책무이행 관리 시스템'과 같은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나섰다.

      책무구조도 본시행 첫 해인 만큼, 시스템이 원활히 정착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적응기'에는 항상 변수가 산적해있어, 금융지주들은 되도록 금융당국으로부터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숨죽이는 모양새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회장들이 일제히 신년사에서 '내부통제'를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동안 지주 회장들의 신년사는 '해외진출'과 '신사업' 등 확장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올해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금융권 전반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것 보다는 원래 하던 것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라며 "자칫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예년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과 처벌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책무구조도가 본시행에 들어가자, 금융권에서는 미리 조기제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것이 '도움이 됐다'는 변화된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 책무구조도를 조기제출한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컨설팅과 한시적으로 제재를 면제해주는 비조치의견서 발급이라는 인센티브가 충분한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당국이 연말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대규모 수정을 요청한 탓에, 수정사항을 반영해 이사회를 열고 의결을 거쳐 다시 당국에 제출하느라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다만 컨설팅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이 과정에서 당국과 충분한 소통을 거쳤고, 시간이 빠듯했지만 당국의 요구사항에 맞춰 책무구조도 수정도 마무리했다.

      문제는 외국계은행과 인터넷은행이다. 이들 은행은 당국의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방침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본시행이 임박한 지난 12월에서야 제출을 마쳤다. 당국의 피드백을 받아보지 못한 채 곧바로 실전에 돌입하게 된 셈이다. 타 금융지주와 은행들보다 당국과의 의사소통도 부족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인터넷은행은 매년 덩치를 키워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는 5개 지방은행과 iM뱅크의 가계대출 잔액(69조4466억원)을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가 69조5098억원을 기록해 뛰어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인터넷은행의 입지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시중은행보다 빈도와 규모는 작지만, 인터넷은행에서도 금융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3월과 2023년 4월, 약 200억원과 15억원 규모의 대출사기 사고를 공시했고, 케이뱅크는 2022년 1월과 2023년 2월 각각 15억원과 11억원 규모의 대출사기 사고를 공시한 바 있다.

      외국계은행은 국내에서 지점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금융지주 산하 은행들보다 비교적 규모가 작고, 조직도 단순한 편이다. 책무구조도 조기제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가 이들을 대상으로 사례 공유 설명회를 열었지만, 금감원 내 14개 팀이 붙어 진행한 피드백 및 컨설팅보다는 부족했을 거라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연말 고생은 했지만 당국과 충분히 소통하고 책무구조도를 방침대로 충실히 수정한 게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인터넷은행과 외국계은행은 지금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